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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목장&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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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목장&초원

입력
2004.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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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알프스 초원을 마음 속에 그려본 적이 있는가. 굽이치는 산세 위로 광활하게 펼쳐진 푸르른 초원의 물결. 생각만 해도 가슴이 시원하다. 초원 저 너머로 솟구친 봉우리와 나무들, 한가로이 풀을 뜯는 한 무리의 양떼…. 목가적 풍경의 클라이맥스가 따로 없다. 멀리 이국의 땅을 떠올릴 필요 없이, 바로 대관령의 고원지대로 가면 된다.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는 대관령 일대. 해발 800m∼1,100여m의 고원에는 드넓은 목장과 초원, 야생화의 풀밭, 그곳에서 노니는 양떼들의 울음소리가 심포니처럼 잘 어울린다. 험준한 줄만 알았던 백두대간의 산세가 한없이 여유롭고 정겹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대관령 양떼 목장

사람처럼 길의 운명도 명멸을 거듭한다.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 새 길이 나면서 오가는 이 없어진 이곳은 이제 대관령의 한적함 속으로 들어가는 출발점이다. 상행선 휴게소 뒤편으로 나 있는 선자령과 대관령 양떼목장의 양갈래 길. 우선 왼편의 양떼목장으로 가보자.

100m 정도 더 차를 타고 오르면 나오는 '대관령 양떼목장'은 1988년 서울에서 낙향한 진영대씨 부부가 15년의 집념으로 이룬 6만2,000여평의 개인목장. 소를 키우는 인근 대단위 목장에 비하면 규모가 아담하지만, 양 250여마리를 사육하는 이국적 분위기가 발길을 잡아 끈다. 대관령을 찾은 사람들의 입을 타고 알음알음 알려졌던 이곳은 2003년 양띠 해를 맞아 전국 명소로 발돋음, 지난해만 7만명이 다녀갔다.

겨울철이면 하얀 설국으로, 봄부터는 푸른 초원으로 이중의 빛깔을 자랑하는 이곳은 이제 막 봄에 진입한 단계. 여태 벚꽃이 피어 있고, 황토빛 사이로 푸른 녹색의 풀들이 듬성듬성 돋아나고 있었다. 이미 초여름에 접어든 평지와 달리 이곳은 일교차가 심해 아직 초봄 기운이 완연하다. 풀들이 무성해지는 이달 중순부터 양들도 우리를 벗어나 방목될 예정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목장 초입에 세워진 소담스런 나무집. 김희선 신하균 주연의 영화 '화성에서 온 사나이'의 세트장이다. 하얀 눈밭에서 연인의 사랑이 맺어진 이 건물은 이제 양떼목장의 은은한 빛깔을 드러내는 이정표 구실을 한다.

목장을 한 바퀴 도는 데는 30여분 정도. 해발 1,000m의 목장 정상에 오르면 대관령 주변의 산들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물결친다. 하지만 아직 뭔가가 부족하다. 선자령 때문에 강릉쪽 시야가 막혀 있다.

#선자령 트레킹

양떼목장에서 대관령 휴게소 뒤편 갈래길로 되돌아와 오른편 선자령 방향으로 올라간다. 백두대간의 한 능선으로 대관령 북쪽에 위치한 선자령(1,157m)은 겨울철 눈꽃 트레킹으로 이름 높은 곳. 하지만 봄여름철에도 눈꽃 못지 않은 보배가 숨겨져 있다. 노란색, 하얀색, 보라색 등 갖가지 빛깔로 꾸며진 야생화가 그것이다.

휴게소 뒤편에서 대관령 기상대, KT 중계소를 지나 한국공항공사 강원항공무선지표까지 차가 올라간다. 이곳에서 선자령까지는 걸어서 한시간 거리. 이미 산 정상 높이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비탈이나 오르막길이 거의 없이 평탄한 산책길이 계속된다. 큰 품 들이지 않고 야생화의 진경을 맛보며 대자연의 경치를 즐길 수 있어 가족 산행의 최적지로 꼽힌다.

일부러 화원이라도 만들어 놓은 걸까. 능선길 양쪽으로 봄의 야생화들이 제철이라도 만난 듯 울긋불긋 만개해 아우성을 친다. 노랑제비꽃, 민들레, 괭이밥에 하얀색 봄맞이꽃들이 어울렸고, 특히 보라빛 얼레지가 무더기로 피어올랐다. 풀밭에 드러누우면 말 그대로 꽃밭에 취한 나비라도 될 듯 싶다.

정상 가는 길에 '새봉'을 지난다. 바람이 많아 새가 쉬어갈 수 없다고 해서 역설적으로 붙여진 이름. 과연 나무들도 바람 부는 방향으로 가지런히 누워있다. 강한 편서풍 때문이다. 선자령이 눈 많기로 유명한 것도 이 바람과 영동의 습기 많은 바닷바람이 부딪히기 때문이다.

풀밭과 나무숲을 지나 정상 가까이 다가가면 대관령의 초원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그 초원 말이다. 인근 목장들의 잘 가꾸어진 초원도 유려하지만, 선자령 정상 부근은 자연이 만들어놓은 대목초지다. 축구장의 잔디밭 같다. 초원 군데군데 한 두그루씩 외로이 자란 소나무들도 이채롭다.

백미는 역시 초원과 어우러진 봉우리들의 파노라마. 남쪽으로는 발왕산, 서쪽으로 계방산, 서북쪽으로 오대산 등 백두대간의 줄기들이 끝없이 펼쳐지고, 동쪽으로는 강릉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선자령 정상 너머 산 능선에 최근 이색적인 명물도 등장했다. 대관령의 거센 바람을 이용하는 거대한 풍력발전기 4기가 지난해 완공된 것. 50m 높이의 기둥에 25m 길이의 날개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양새가 대관령 고원과 어울려 이색적인 정취를 풍긴다. 평창군은 내년까지 풍력발전기 49기를 더 건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체에너지 개발이 선자령 등 주변 자연환경을 해치는 데까지 나아간다면 그것 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대관령=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대관령 양떼목장 주인 전영대 씨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내려올 때부터 관광 목장을 만들겠다고입에 달고 다녔죠. 당시 다들 '무슨 미친 소리 하냐'는 반응이었지만 꼭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대관령 양떼목장의 주인인 전영대(52·사진)씨는 요즘 목장 정상에 올라 울타리를 치는 작업에 여념이 없다. 조만간 양떼를 방목시키기 위해 울타리를 새로 다듬는 일이다. 그을은 그의 얼굴에선 이제 도시생활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

서울의 한 제약회사 영업과장을 지내던 그가 다람쥐 쳇바퀴 같은 직장생활에 신물을 내며 이곳으로 내려온 때는 1988년. 말로만 듣던 대관령을 직접 구경한 후, 그의 마음 속에서 새로운 인생이 그려졌다. 30대 후반 인생의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문제는 그 승부수가 당시로선 성공 가망성이 전혀 없었던 양떼 목장이었다는 것. 정부는 70년대 대규모로 양을 사육하겠다며 지리산 지역에 면양종축장을 만드는 등 법썩을 떨었지만, 수지가 맞지 않자 1988년 문을 닫았다.

그 면양종축장에서 키우던 양을 마지막으로 분양 받은 이가 바로 전씨다. "양고기 자체만 따진다면 경쟁력이 당연히 없겠죠. 하지만 당시부터 양떼가 노니는 관광 목장을 꿈꿨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더욱 잘 가꾸고, 거기다 양을 키우면 정말 멋진 곳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죠."

관광목장이란 개념조차 없던 당시, 더군다나 양떼를 키우겠다고 하니 아내 이강희(47)씨를 비롯, 주변에서는 반대 뿐이었다. 아내를 겨우 설득하긴 했지만 수만평의 땅을 초지로 바꾸는 일이 쉬울 리 없었다. 고행의 연속.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석유버너로 밥을 지어먹고, 양초로 밤을 밝히고, 영하 30도를 오가는 겨울에는 인내력의 한계를 시험받았다.

10여년 이상의 모진 노력 끝에 드디어 희망이 싹텄다. 그가 예견했던 일들이 점차 현실로 드러났다. 양떼목장이란 이국적 풍경이 입소문을 탔고, 사람들이 하나 둘 찾기 시작했다.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양 모이주기 체험, 양고기 요리, 겨울철 눈썰매타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이제는 대관령 관광의 핵심 코스로 자리잡았다.

"처음엔 무슨 양이냐는 눈치였지만, 이제 주변 목장에서도 양을 키우겠다고 들여놓고 있죠. 하지만 이제 겨우 윤곽을 잡은 상태예요. 좀더 멋진 목장을 하나씩 하나씩 가꿔 가겠습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가는 길=영동고속도로 횡계 IC를 나와 횡계 방면으로오면, 대관령 옛길 표지판이 나온다. 옛 영동고속도로다. 이 도로로 좌회전해 들어와 달리면 옛 대관령 휴게소가 나온다. 횡계읍내로 들어와 로터리서대관령 방향으로 직진해도 된다.

●숙 박=인근에 용평리조트(02-3404-8000)가 있어 스키어들을 위한 숙박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주변에 대관령호텔(033-335-3301), GB하우스(033-335-4450)등 관광호텔을 비롯해 민박집도 많지만, 대관령 양떼목장(033-335-1966)에서도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 가족용은 1박에 8만원. 단체용은 15만원.

●먹거리=대관령의 대표적 먹거리는 황태요리. 대관령에는 크고 작은 황태덕장이 20여곳이나 있다. 보통의 북어와는 달리 육질이 더덕처럼 쫀득하다고 해서 '더덕북어' 라고도 불린다. 연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횡계 읍내 곳곳에는 황태덕장에서 생산된 황태를 조리하는 황태요리전문점이 많다.

■목장길 따라… "볼거리 많네"

대관령 인근의 볼거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동해안의 경포대 해수욕장 등 강릉시 관광권은 물론, 평창군 자체도 관광 집약지다. 거기에 오대산 국립공원에다용평리조트까지…. 핵심 관광지만 몇 군데 꼽아보자.

◎삼양 대관령 목장

대관령 양떼목장이 규모면에서 피아노소품이라면, 삼양 대관령목장은 교향곡쯤 된다. 젖소 목장으로 600만평에 이르는 대단위 초지가 장관이다. 동양 최대 규모의 목장이다. 초원과 양이 어울린 아담한 풍경을 찾고 싶다면 대관령 양떼목장을, 장대한 초원을 보고 싶다면 삼양 대관령목장이 알맞다. 전망대까지 오르면 백두대간의 산들과 강릉시의 전경이 펼쳐진다. 승용차로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다. '가을동화' '연애소설' 등의 TV드라마가 촬영됐고, 최근에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무대가 됐다. 입장료 5,000원. (033)336-0885.

◎월정사

선자령의 줄기가 서북쪽으로 굽이쳐 흐르면 나오는 봉우리가 오대산이다. 주봉인 비로봉(1,563m)을 시작으로 호령봉,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 등 다섯 봉우리를 가진 산이란 데서 얻은 이름이다. 수려한 경관과 함께 사찰과 암자가 곳곳에 있는 불교 성지로도 이름높다. 대표적 사찰은 월정사. 국보 제 48호인 팔각구층석탑, 보물 제 139호인 석조보살좌상 등의 문화재가 수두룩한데, 특히 유명한 것은 전나무숲이다. 일주문에서 적광전까지 이어진 1㎞ 양쪽으로 하늘 높이 치솟은 푸른 전나무숲이 장관을 연출한다.

◎한국자생식물원

오대산 자락 3만여평에 자리잡은 한국자생식물원은 우리 고유의 꽃과 나무로 조성된 식물원. 각시취, 둥굴레, 쑥부쟁이 등 자생식물 800여종이 있다. 실내 전시장에선 재배중인 야생초와 분재, 생태사진 등이 손님을 맞고, 전시장을 나와 산비탈을 오르면 갖가지 야생화 군락지가 오밀조밀하게 조성돼 있다. 5월에서 6월까지가 봄 야생화를 구경할 수 있는 최적기. (033)332-7069

◎방아다리 약수터

오대산 국립공원 남쪽에 자리잡은 방아다리 약수는 독특한 맛을 낸다. 철분, 라듐, 유산, 구론산 등의 성분으로 구성돼 위장병, 신경통 등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진다. 약수물도 유명하지만, 특히 매표소에서 약수터까지 이르는 200m의 전나무 숲길도 이름 높다. 원시적인 느낌이 드는 숲길이다. (033)336-3145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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