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쇼크 등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돼있지 않습니까. 예전 같으면 금융대란설이 나왔을텐데…."(정세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이 부총리가 국민의 기대와 시장의 신뢰를 받고 있어 자랑스럽습니다."(김근태 우리당 원내대표)"다행히 시장에 내공이 생겨 국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별로 큰 충격이 없습니다. 외국인들이 이익실현을 위해 주식을 팔고 있지만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닙니다."(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가가 무려 48포인트나 폭락한 '블랙 먼데이'(10일)에 이 부총리는 재경부를 방문한 김 대표 및 정 의장과 마주 앉아 "금융시장이 안정돼있다"는 민망한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주식시장 역사상 9번째로 크게 주가가 폭락한 날, 특히 세계 공통 충격에 우리나라만 유독 깨질 듯 민감하게 반응한 날의 당정간 대화치고는 너무 한가로웠다. 앞서 지난 7일 열린 금융정책협의회에서도 정부는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낙관론을 되풀이하던 정부는 금융시장이 불안한 진정국면에 들어선 11일에야 경제상황점검회의를 비상 체제로 전환하는 등 뒤늦은 '불 끄기'에 나섰다.
요즘 정부를 보면 경제의 컨트롤타워가 어디인지, 위기대응 능력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성장이냐 개혁이냐'를 둘러싼 이념 논쟁에 시간을 허비하고, 재벌개혁과 노조문제에 대해 부처간, 당·정·청(黨·政·靑)간 불협화음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정부내 '딴소리'를 용납하지 않겠다던 이 부총리의 취임초기 경고와 탄핵정국에서 보여줬던 정부의 기민한 대응력도 총선 후 실종된 느낌이다.
'경제는 심리'라던 정부가 시장을 달래주기는 커녕 오히려 멍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남대희 경제부 기자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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