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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증산해도 효과는 "갸우뚱"/사우디 증산 촉구불구 투기·이라크사태 등 변수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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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증산해도 효과는 "갸우뚱"/사우디 증산 촉구불구 투기·이라크사태 등 변수 많아

입력
2004.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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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10일 국제 유가 고공 행진에 우려를 표시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을 촉구했다. 유가는 즉각 하락하며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OPEC이 증산을 한다 해도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알리 나이미 석유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유가가 세계 경제 성장 또는 석유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의 수준으로 상승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증산량으로 하루 150만 배럴 이상을 제시했다.

지난달 1일 시작된 OPEC의 감산을 지지했던 사우디의 입장 변화는 여러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감산을 밀어붙인 OPEC에 유가 급등에 대한 책임을 돌리고 있는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이 부담이 됐다. 특히 미국의 증산 압력은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미국은 국내 휘발유 가격 급등으로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어 유가 안정이 대선을 앞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사우디 및 이에 동조하고 있는 쿠웨이트가 모두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백악관은 사우디의 성명에 대해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또한 고유가가 장기간 계속되는 것이 OPEC으로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회복세를 타기 시작한 세계 경제가 고유가로 인해 타격을 받게 되면 OPEC도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날 사우디의 성명이 전해지자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6월물은 2.6% 하락한 배럴당 38.93달러에 거래돼 40달러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런던 브렌트유도 3% 하락했다.

그러나 비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OPEC 내 반대 여론을 딛고 감산이 이뤄진다 해도 유가에 미치는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 OPEC 의장인 인도네시아 에너지장관은 비관론을 피력했다. 푸르노모 유스기안토로 의장은 11일자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높은 유가는 모두에게 피해를 주지만 이는 OPEC 때문이 아니다"라며 "지금 OPEC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투기세력 개입, 이라크 사태 등 지정학적 요인, 미국 내 환경규제에 따른 재고 감소 등 다른 원인이 많기 때문이다. 유스기안토로 의장은 이에 따라 올 여름까지 고유가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OPEC 회원국들이 지난달에도 하루 200만배럴을 초과 생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쿼터량 상향조정이 실제 증산을 가져올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수요 급증 추세도 꺾일 분위기가 아니어서 유가 하락을 쉽게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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