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11일 "한국이 세계 기득권자들의 논리일 뿐인 '글로벌 스탠더드 패러다임'에 매몰된다면 영원한 선진국 추종자로 전락할 것"이라며 정부의 영미식 시장개혁 정책에 직격탄을 날렸다.현 부회장은 이날 이화여대에서 '10년 뒤 뭘 먹고 살 것인가'라는 주제의 특강을 통해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각종 정책을 도입하면서 내세운 글로벌 스탠더드는 세계 강자인 '아메리칸 스탠더드'로, 다국적기업의 방법을 그대로 따르라는 것일 뿐"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현 부회장의 발언은 환란이후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오고 있는 기업개혁 정책에 대한 사실상 전면 부정이다.
현 부회장은 "주주 경영, 재무건전성 중시 경영 등 글로벌 스탠더드식 정책의 폐해가 투자부진, 성장동력 상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기업 순익이 부채상환에만 쓰여질 뿐,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벌 규제에 대해서도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 주력산업이 일개 기업 차원이 아니라 기업집단, 즉 그룹 전체의 힘에 의해 육성됐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 부회장은 "한국경제는 경제개발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유능했던 관료체제는 관료주의로, 잘살아보자는 열의는 성공에 대한 자만심으로 후퇴했고, 일본이라는 좋은 교사는 기술모방을 체질화 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그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경영방식 등 가장 한국적인 것을 경쟁력으로 삼는 차별화 전략이 절실하다"며 "제2의 반도체 등 차세대 전략품목 육성을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자원을 총동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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