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아테네 올림픽(8월13∼29일)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금메달을 향한 태극 전사들의 집념도 점점 더 타오르고 있다. 그러나 선수의 우승 뒤에는 반드시 명조련사가 있는 법. 이미 영광의 메달을 목에 걸었던 스승은 자신의 귀중한 체험과 비법을 알려주고,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땀으로 전수 받으며 태극기 휘날릴 날을 고대하고 있다. 함께 메달 꿈을 일궈가는 지도자와 선수들의 이야기를 매주 화요일자에 연재한다. /편집자주
"찬스(공격하라). 라인이 틀렸다(공격실패). 다시!" 10일 오후 태릉 선수촌 개선관 2층 펜싱장. 김영호(33) 펜싱국가대표팀 코치가 중무장한 채 검을 들고 아테네올림픽 금메달 기대주 최병철(23·한체대)과 일합을 겨루며 한 수 지도하고 있다.
김 코치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펜싱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한국펜싱의 간판스타. 당시 아무도 예상못했던 깜짝 우승을 일궈낸 그는 2002년 아시안게임 후 현역에서 물러난 뒤 지도자의 길로 나섰고, 철저한 개인지도로 선수들의 실력을 단번에 끌어올렸다.
"나도 했다. 너도 할 수 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가져가라"며 최병철을 독려하는 김 코치의 우승비법은 첫째도 공격, 둘째도 공격이다.
신장이 크고 한뼘 정도 팔이 긴 유럽 선수와 맞서려면 공격만이 최선의 방어라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가르침이다. "신장이 작은 선수는 밀려서는 안 된다. 특히 큰 경기에서 뒤로 후퇴하면 마음이 조급해져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연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스승과 대결하는 제자의 칼끝도 예사롭지 않다. 2002년 아시안 게임 단체전 2위에 오른 최병철은 173㎝, 70㎏으로 비교적 작은 체구지만, 유럽의 큰 선수를 제압할 수 있는 빠른 발과 순간 스피드를 갖춰 우승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방어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약점이다. 콩타드 어타크(물러나다가 되찌르는 기술)과 빼서 찌르기(페인트모션 뒤 찌르는 것)은 일품이지만 공격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때문에 김 코치는 공격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먼저 시드니 올림픽에서 자신보다 신장이 20㎝이상 큰 유럽 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안겨준 쿠페(어깨 넘어찌르기) 기술을 반복 지도한다.
그러나 김 코치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이 기술은 이미 유럽 선수들에게 간파 당했기 때문"이란다. 그가 빼든 또 다른 비장의 카드는 쿠페에 이은 데가제(옆구리 찌르기)의 연속 동작. 손목스냅을 이용, 어깨를 찌르는 척 하다가 바로 옆구리나 아래쪽을 치는 신기술이다.
김 코치는 "병철이는 국제경기 출장 경험은 적지만 공격과 방어에서 나보다 낫다. 8강 고비만 넘으면 금메달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기술이 유럽선수를 제압하는 히든카드가 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하루 300차례 이상 이 기술을 연마한다는 최병철도 이에 화답했다. "세계 톱 랭커 가운데 프랑스의 구야드가 강적이지만 문제 없다. 그를 꺾을 비법을 찾기 위해 그가 어떻게 나올지를 상상하며 허공을 향해 칼을 찌르는 이미지 트레이닝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코치의 금메달 비법전수는 지난해 초부터 하루 4시간씩 계속되어 왔다. 아테네에서 반드시 일을 내겠다는 스승과 제자의 각오는 그 시간만큼이나 단단하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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