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39)씨는 매일 서울 지하철 3호선 대치역에서 직장이 있는 안국역까지 지하철로 출퇴근한다. 편도 요금은 640원(기본요금). 그러나 김씨는 7월부터는 매번 900원을 내게 된다. 1주일에 5일을 이용할 경우 한달 교통비가 1만4,000원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서울시 대중교통에 대한 통합거리비례제가 시행돼 지하철 기본요금이 25% 오르고 기본구간(10㎞)을 지나면 5㎞ 마다 100원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반면 신림동 고시촌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서울대 전철역에서 2호선 전철을 갈아탄 뒤 사당역에서 다시 버스에 올라 남태령으로 출근하는 최모(35)씨는 부담이 줄어든다. 지금은 매일 교통비로 1,690원을 지출하고 있지만 7월부터는 교통수단에 관계없이 총 탑승거리에 대해 요금을 내게 돼 900원만 부담하면 된다.
장거리는 손해, 단거리 환승은 이득
7월부터 서울시 대중교통요금체계가 통합거리비례제로 바뀌게 된 후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장거리를 출퇴근하면 지금 보다 손해를 보지만 짧은 거리에서 여러 번 갈아탈 경우는 부담이 줄게 된다.
김씨 처럼 지하철만을 이용해 10㎞ 이상 장거리 이동하는 승객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거리가 40㎞∼50㎞인 서울의 동―서, 남―북 등 끝에서 끝으로 이동할 때도 지금은 많아야 2구간 요금인 740원(교통카드 기준)만 내면 되지만 앞으로는 1,000원 이상을 내는 승객도 많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지하철 5호선 마천역에서 김포공항역으로 갈 경우 현재는 요금이 740원에 불과하지만 7월부터 무려 1,600원으로 배 이상 비싸진다. 특히 인천이나 수원 등 수도권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서울 동북부 지역으로 이동하는 승객은 2,000원 이상의 비싼 요금을 낼 수도 있다.
또 잠시 서울에 체류하는 외국인이나 지방 거주자들은 교통카드를 구입하지 않았다면 무료 환승 혜택을 볼 수 없어 교통수단을 갈아탈 때마다 비싸진 1회용 승차권을 구입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요금을 거리에 비례해서 부과하면 승객 중 누가 출발지로부터 얼마나 왔는지, 요금은 얼마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겠느냐"는 지적과 함께 행정 편의주의적 행태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요금체계 왜 바꾸나
이처럼 지하철 장거리 이용객 등의 반발이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통합거리비례제를 도입한 것은 무엇보다도 대중교통 서비스 수준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번 요금 개편으로 인해 환승하는 데 별도의 비용 부담이 없어 승객들은 목적지까지 가장 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 또 지금의 균일요금제는 가까운 거리를 가나 먼거리를 가나 요금이 같기 때문에 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시정개발연구원의 김경철 박사는 "그동안은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승객이 먼거리를 이동하는 승객의 요금을 대신 내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철도요금처럼 지하철요금도 이용한 만큼 요금을 내는 것이 합리적이며 선진국들도 대부분 거리비례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편안은 그러나 만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지하철의 부실 경영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수익자 부담원칙을 내세워 요금을 올리는 의도가 담겨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