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검찰이 군단장과 연합사 부사령관 시절 공금을 전용 또는 횡령한 혐의로 신일순 육군 대장을 구속한 것을 둘러싸고 군 내부에서 '과잉수사'라는 반발이 크다. 신 장군을 두둔하는 측 주장대로 그가 관행의 희생자라는 점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지휘활동 차원에서 썼다는 돈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를 따져보면 이들의 주장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진다.이번에 신 장군이 돈을 갖다 쓴 여러 예산항목 중 부대복지기금이라는 게 있다. 산간오지에서 군 생활을 하다 외박을 나왔지만 갈 곳 없는 장병들이 부대 복지회관에서 하룻밤 묵으며 지불한 돈으로 조성된 기금이다. 코 묻은 이 돈은 당연히 장병을 위한 복지에 환원돼야 했다.
신 장군으로부터 대접 받은 군 원로들이, 경조사비로 돈을 받은 선후배들이 실제 주인인 장병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졌을까.
지난해 한 장성이 군을 떠나면서 "지하철을 어떻게 타는지도 깜깜하고 라면도 제대로 끓일 줄 모르는데 걱정"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속세를 떠나 오직 국가에만 충성했다는 좋은 의미로 한 말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장군이 감히 어떻게 지하철을 타고, 라면을 직접 끓일 수 있단 말인가'라는 특권의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도 하다. 이런 특권의식이 공금을 부대 운영비, 심한 경우에는 개인용도로 쓰는 관행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특권의식과 관행이 아직 남아있는 곳은 군밖에는 없고, 대다수의 국민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상습적으로 공금을 횡령하거나 전용하는 것을 누가 관행으로 봐주겠는가"라는 한 네티즌의 지적은 이를 웅변하고 있다. 군은 이제 '관행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김정호 사회1부 기자 azu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