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스럽게 우여곡절 끝에 대표이사 자리를 맡게 되어 밀실행정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서울문화재단 설립초기부터 발기인으로 있으면서 기본적 준비를 했습니다. 재단을 잘 만들려는 의도에서 대표이사 선임이 이루어진 것은 확실합니다."유인촌(53) 초대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10일 서울문화재단의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대표이사 공모에 지원하지 않은 자신이 선임된 것에 대해 서울문화재단의 순수한 의도를 강조하며 말문을 열었다. 재단이 대표이사 선임부터 이명박 시장의 정실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출범 이전부터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았기 때문.
유 대표는 문화연대를 비롯한 20개 문화예술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문화재단의 정상적인 설립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것에 대해 "문화연대 등 단체의 실무자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다. 그들의 문제제기는 서울시의 행정에 대한 문제제기이지, 우리끼리는 서로 반대하거나 부딪히는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또 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문화예술을 잘 하자는 것이 목적이며, 그것이 우리의 독립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유 대표는 서울시로부터 출연 받은 500억원의 기금을 바탕으로 향후 3000억원의 기금 조성을 목표로 삼겠다며 "서울 시내 기업의 CEO를 모두 만나겠다. 예술과 기업의 만남을 주선해 어떻게든 기업은 보람을 느끼고 예술가에겐 도움이 되는 문화 복덕방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관심의 초점이 되는 지원방안에 대해서는 "소액다건(小額多件)이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제가 현장에 있어 봐서 잘 안다. 욕을 먹더라도 예술가를 살리는 '선택과 집중'이 나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중요 공연 네 장르(음악, 무용, 연극, 국악)를 지원하는 무대지원기금은 총 40억원. 각 작품당 지원은 오페라의 경우 최고 1억2,000만원까지 하겠다는 계획이다.
유 대표는 이밖에 35억원을 투입해 9월 창동에 만들 이동식 텐트극장사업, 고수부지의 공연장화사업, 대학로 정미소극장 지하의 전용연습실 건립계획도 발표했다. 재단 출범식은 1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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