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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공정위 "공정거래법 개정" 갈등 오너경영 우열논쟁으로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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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공정위 "공정거래법 개정" 갈등 오너경영 우열논쟁으로 번져

입력
2004.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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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와 공정거래위원회간의 공정거래법 개정 갈등이 '오너경영'에 대한 우열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재계는 오너경영의 우월성을 홍보하며 출자총액제한제 유지와 금융기관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축소라는 두 가지 핵심 규제의 부당성을 역설하는 반면 공정위는 오너경영의 후진성을 제기하고 재벌규제 정당성을 설파하고 있다.

오너경영, 왜 쟁점인가

공정위는 재계가 폐지를 주장해온 출자규제 기본 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총수가 A사에 출자하고, 다시 A사가 B사에, B사가 C사에 출자해서 결국 총수가 C사에 지배권을 행사하는 오너체제 확대를 막기 위한 것. 공정위는 또 오너경영의 정도가 적은 재벌, 즉 총수의 소유권(총수지분)과 지배권(총수지분+계열사간 지분)의 괴리도가 낮은 재벌은 출자규제에서 빼주기로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괴리도 축소 방법은 계열사간 출자를 정리하는 길 뿐이고 이 경우 오너중심의 군단체제는 소규모 체제가 될 수밖에 없다. 재계가 '개악'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또 총수가 소수 지분으로 안정적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버팀목이었던 계열금융사의 일반계열사에 대한 의결권도 축소하기로 했다. 재계가 오너경영 우월론으로 공정위와 정면 승부에 나선 것도 공정위가 오너경영 체제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오너경영은 한국적 대안?

오너경영은 환란 직후만해도 환란 주범으로 지목됐다. '황제경영'이라는 비아냥도 이때 생겼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는 3일자 보고서에서 "영미식 지배구조(전문경영체제)와 한국방식의 장단점을 따져 봐야 할 시기"라며 "오너경영의 기업성과가 더 우수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총수가 자신의 지분을 넘어 무한책임을 지기 때문에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과감하고 장기적 투자가 가능하며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감시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오너경영을 옹호했다. 뉴스위크 유럽판도 지난달 커버스토리에서 "안정적 리더십,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가족경영기업의 실적이 더 낫다"며 "미국에서도 가족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최근 '출자규제에 대한 오해'라는 보고서에서 "현행 소유지배구조(오너체제)에 근본적 변화와 독립경영체제가 필요하다"고 직설적으로 반박했다. 총수의 적은 지분과 얽히고 설킨 순환출자에 기반한 오너경영은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에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총수의 사익추구에 따른 소액주주권 침해 총수 전횡에 의한 기업 감시의 마비 계열사 동반부실화에 따른 국가적 리스크 등으로 기업실적이 오히려 더 저조하다고 주장했다.

정답은 있나, 없나

한국경제연구원 이수희 선임연구위원은 "오너경영이 실패한 사례도 많지만, 성공한 사례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며 "정답이 없는 이상, 지배체제 선택에 관한 한 시장과 기업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최근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 보고서에서 "조선시대에 세종대왕 같은 성군이 있었다고 해서 왕정이 공화정보다 좋은 체제라고 할 수는 없다"며 오너경영의 후진성을 지적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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