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회 칸영화제가 13일(한국시간) 프랑스에서 11일간의 일정으로 개막한다. 2002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임권택)을 안긴 영화제의 친숙도와 국내 참가작들의 면면을 보면 또 한번 수상 기대를 가져볼 만하다. 인터넷 홈페이지(www.festival-cannes.com)를 통해 실시간으로 영화제 진행상황도 살필 수 있다.
한국영화에 거는 높은 기대
장편 경쟁부문에만 '올드보이'(박찬욱)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홍상수) 등 두 편의 한국영화가 진출했다. 수상 가능성 운운이 자칫 '금메달' 신화에 집착하는 것 같지만, 두 작품의 수상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이유가 있다.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동시개봉) 상영작을 경쟁부문 초청 원칙으로 하는 칸영화제가 국내 개봉 반년을 넘긴 '올드보이'를 초청한 것은 이례적. 당초 비경쟁부문에서 상영될 예정이었으나, 초청작 발표일에 임박해 경쟁부문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점에서 영화제측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다. 국내 영화계에서는 '취화선'에 이어 '올드보이'로 두 번이나 칸을 찾는 배우 최민식의 수상을 점치고 있다.
'여자는…'은 칸이 사랑하는 한국감독 홍상수의 작품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홍 감독은 이미 '강원도의 힘'과 '오! 수정' 등 두 편으로 칸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바 있다. 최근 홍 감독 작품들이 프랑스에서 잇따라 개봉한 점도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 유지태는 '여자는…'과 전작 '올드보이' 등 두 편의 영화로 칸을 찾는 흔치 않는 배우가 됐다.
그외 한국영화로는 김의석 감독의 '청풍명월'(주목할 만한 시선), 단편인 서해영 감독의 '날개'(시네파운데이션)와 김윤성 감독의 '웃음을 참으며'(감독주간)가 초청돼 모두 5편이 칸을 공식 방문한다. 영화제 기간 열리는 칸 필름마켓에는 쇼박스, CJ엔터테인먼트, 강제규필름, 시네마서비스, 시네클릭아시아, 튜브엔터테인먼트, 미로비전, 코리아픽쳐스 등 8개 회사가 세일즈에 나설 예정. '태극기 휘날리며'의 배급사인 쇼박스 측은 "아메리칸필름마켓(AFM)의 폭발적 반응을 감안할 때 '태극기…'가 칸에서도 높은 성과를 올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쟁쟁한 외국 출품작도 관심
두 편의 한국영화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을 벌일 작품(총 18편)은 칸영화제의 권위에 걸맞게 쟁쟁하다. 칸이 사랑하는 역대 수상 감독의 신작과 함께 '젊은 피의 수혈'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한국의 두 감독을 포함해 12명의 감독이 처음으로 칸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우선 지난 몇 년 간 여러 영화제가 탐냈던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신작 '2046'이 칸에서 월드프리미어를 갖는다. 1997년 '해피투게더'로 감독상을 수상한 왕자웨이는 '화양연화'(여우주연상 수상)가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2000년부터 '2046'의 제작을 시작해왔지만, 정작 이 영화 내용은 베일에 감춰져 있다. 다만 홍콩반환 50년 후인 2047년 바로 전 해를 무대로, 신체 내에 마이크로 칩을 장착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화양연화'에서 연인으로 나왔던 장만위(張曼玉)와 량자오웨이(梁朝偉)가 다시 주연을 맡았다.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림웍스의 '슈렉2'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이노센스' 등 두 편이 포함됐다.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칸에 진출한 '이노센스'는 '공각기동대' 이후 오시이 감독의 9년만의 신작으로, 3월 일본 개봉 당시 현지 언론으로부터 '오시이 마모루 애니메이션 세계의 총결산'이라는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인간과 사이보그가 공존하는 2032년 미래의 일본을 그린 이 작품은 올해 가을 국내에서 개봉된다.
미국 코엔 형제의 '레이디킬러(The Ladykillers)'는 한 할머니를 제거하려는 카지노 일당의 이야기. 1991년 '바톤 핑크'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래 '허드서커 대리인'(1994년) '파고'(1996년)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2000년) 등으로 꾸준히 칸의 구애를 받아온 코엔 형제가 톰 행크스 주연의 이 영화로 다시 한번 수상의 영광을 노린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은 쿠엔틴 타란티노. 비경쟁부문인 개막작과 폐막작은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나쁜 교육(Bad Education)'과 미국 어윈 윙클러 감독의 '디-러블리(De-lovely)'이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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