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국제 유가의 고공 행진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3월 중동산 두바이유의 평균가격은 지난해 평균보다 무려 5달러 이상 오른 배럴당 30.78달러를 기록했다.최근 한국무역협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5달러 오를 경우 수입은 40억2,000만달러가 늘고, 수출은 14억4,000만달러가 줄어 무역수지 흑자가 54억6,000만달러 감소하게 된다.
더욱이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와 전세계적인 경기회복으로 인한 수요 증가 등 최근의 석유 수급상황을 종합해볼 때 단기간에 큰 폭의 유가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전망이어서 고유가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시급한 상황이다.
에너지는 생활 속에서 소비되지 않는 곳이 없다. 그만큼 고유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업체는 물론 건물, 수송, 가정 등 모든 분야에서 에너지 절약의 실천이 중요하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는 에너지 기기의 효율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에서 자동차와 냉장고, 에어컨, 컴퓨터 등을 대상으로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도나 에너지절약마크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92년부터 자동차 등 15개 품목에 대해 의무 시행되고 있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도의 경우 10년 넘게 지속되면서 주요 제품의 에너지효율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에어컨이나 냉장고의 경우 에너지 효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99년부터는 사용하지 않는 시간동안 낭비되는 대기전력을 최소화한 제품을 대상으로 에너지절약마크제도를 실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1999∼2003년 에너지절약마크가 부착된 제품이 5,900만대가 보급돼 5년간 3,891GWh의 전력을 절감했다. 부수적인 성과로 지구온실가스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도 51만톤이나 감축됐다. 에너지관리공단은 대기전력을 더욱 줄이기 위해 에너지절약마크 부착 대상품목을 꾸준히 확대하고 절감기준도 강화해나가고 있다. 특히 2010년까지 국내 유통 전자제품의 대기전력을 1W 이하로 낮춘다는 '대기전력 1W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 전력낭비를 방지하는데 전력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를 해외에 의존하는 자원빈국이면서도 세계 10위의 에너지소비 대국이다. 꼭 고유가가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에너지 절약은 언제나 절실하다. 고유가 상황에서는 말할 나위도 없다. 기름값을 걱정만 할 게 아니라 가전제품 하나를 구입해도 에너지 효율을 눈 여겨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에너지관리공단 김균섭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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