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DVD, 비디오 제작사 모임인 한국영상협회가 불법영상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지난달 29일 선출된 박영삼(43) 한국영상협회 신임회장이 10일 취임 일성으로 "인터넷에 유포된 영화 파일, 복제 DVD 등 불법 영상물 근절을 위해 총력전을 펴겠다"며 "회원사들의 저작권 위임을 통한 고발권 확보, 자율등급심의, DVD방을 대상으로 한 저작권료 징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가 취임하고 나서 며칠 뒤인 4일 미국 무역대표부는 한국을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해적이나 다름없는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불법 복제한 DVD와 음악파일이 마구 나돌고 있다는 것.
박 회장은 우선 회원사들에게서 저작권을 위임 받을 계획. "협회에서 불법영상물을 적발해도 고발을 못합니다. 저작권법에 판권 보유자가 직접 고소하도록 돼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65개 회원사들로부터 저작권을 위임받아 고발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조만간 불법영상물 시청회를 열 생각입니다."
그가 구상하는 불법영상물 시청회는 영화 및 DVD, 비디오 제작사 관계자들을 모아 놓고 인터넷으로 즉석에서 영화 파일을 전송받아 상영하는 행사. 인터넷을 통한 불법 영상물 유포가 얼마나 심각한 지 관계자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불법 복제 DVD에 묻혀서 간과되고 있으나 판권이 없는 제조사가 만든 해적 DVD의 폐해 또한 심각하다. "판권이 없는데도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들이 있어요. 한마디로 배짱 장사죠. 그 사이 비싼 판권료를 내고 DVD 제작을 준비한 업체는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됩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요."
그는 그 원인을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에서 DVD 등급심의를 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원저작자로부터 정식으로 판권을 구입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선정성과 폭력성 등 작품내용만 심의하기 때문에 판권보유 여부는 형식에 그치고 말죠. 이를 막으려면 미국처럼 영상협회가 자율심의를 해야 합니다."
전국에 산재한 DVD방에 정식으로 저작권료를 받고 DVD를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현재 DVD방은 모두 불법. 판매용 DVD로는 영리를 목적으로 상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료를 받고 DVD를 공급하면 전국에 불법 영업중인 DVD방을 구제하는 동시에 DVD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1986년 영상사업과 인연을 맺어 91년에는 영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를 제작하기도 했다. 99년 스펙트럼디브이디를 설립해 현재는 각종 DVD 타이틀을 만들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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