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부시 정부의 이라크 정책에 대한 비판은 더 이상 민주당원들과 반전론자들만의 몫이 아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 및 전후 재건의 버팀목이 돼온 군부와 이라크 정책의 이념적 방파제 역할을 해온 보수주의자 등 부시 지지층 사이에서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하루하루 병사들의 주검을 대하는 미 육군 고위 장성들은 국방부 민간 지도부의 전략 부재를 거침없이 성토하고,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에 충격 받은 보수주의자들은 이라크 정책의 성공 가능성에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10일 "이라크에 중동 민주화의 초석을 깔려는 부시의 계획을 지지해온 몇몇 열성 보수주의자들조차 이제는 그들의 낙관론이 흔들리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시 정부의 관리들은 포로 학대 영상이 이라크 저항세력의 신병 모집을 위한 포스터로 활용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한 고위 관리는 "문제는 1개 기갑여단으로는 이 난관을 풀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아직은 소수이지만 미 지휘관들사이에는 이라크의 제2 베트남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미군의 이라크 점령정책 기획 업무를 담당했던 폴 휴즈 대령은 워싱턴포스트에 "전투는 이기고 전쟁에서 패하는 베트남 전쟁의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책의 일관성을 보장하지 못하면 전략적으로 패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방부의 한 고위 장성은 미국이 벌써 패배의 길로 접어들었음을 지적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일부 지휘관들은 도널드 럼스펠드 장관과 폴 월포위츠 부장관 등 국방부의 민간 수뇌부에게 비판의 화살을 겨눴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들은 럼스펠드 장관이 일련의 전략과 전술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며 그의 경질에서 이라크 정책 변화의 출발점을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에서 군사적,정치적 부담을 분산하려는 미국의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6월 정상회담에서 남중부 지역 순찰 활동을 하는 다국적군의 선도 역할을 수락할지 모르나 계속된 폭력과 반대여론 탓에 이라크 임무 수행을 미국 대선 뒤로 늦추려 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나토는 확실하게 입장을 변화시킴으로써 이라크 내 유혈 저항과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포로 학대 추문을 해결하고 군사적 부담을 분산하려던 미국의 노력에 다른 일격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일=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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