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의 암흑가 갱들이 맞붙었다. 서양 마피아의 세계를 다룬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스카페이스(1984년) CE'와 홍콩 범죄조직이 등장하는 존우(吳宇森) 감독의 '영웅본색(1986년) 3부작 특별한정판 박스세트'. 20년의 세월이 흐른 옛 작품들이다. 당연히 영상에도 세월의 더깨가 앉을 수 밖에 없는 노작이지만, DVD 제작진은 디지털 리마스터링 기술을 동원해 마치 최신 영화처럼 깨끗한 화질과 생생한 음향으로 되살려냈다. 각각 6, 7일 출시.
스카페이스 CE
"세상은 모두 너의 것이다." 주인공 토니 몬타나(알 파치노)의 좌우명이다. 그는 이 말 한마디를 믿고 거친 암흑가를 배짱 하나로 버텨낸다.
토니 몬타나의 실제 모델은 192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에 전설적인 마피아 두목이었던 알 카포네. 그는 얼굴에 흉터가 있었기 때문에 스카페이스로 불렸다. 배짱과 용기가 대단했던 알 카포네는 경쟁조직을 몰살한 '성 발렌타인의 학살'로 암흑가의 1인자가 됐다.
알 파치노는 특유의 광기어린 연기로 토니 몬타나를 똑 떨어지게 소화했다. 몬타나는 쿠바에서 건너온 미국인으로, 암흑가 밑바닥에서 온갖 더러운 일을 하며 보스로 성장한다. 덕분에 이 영화는 지금까지 가난과 이민의 설움을 딛고 부와 명예를 꿈꾸는 미국의 흑인 및 라틴계 사이에 성경처럼 꼽히는 고전이 됐다.
DVD에 실린 '힙합 뮤직의 기원'이라는 부록을 보면 스눕 독, 스카페이스 등의 힙합 가수들이 나와 자신들의 삶과 음악에 이 작품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한다.
DVD는 약 2시간 50분 분량의 잔혹한 폭력영상을 무삭제로 보여준다.
극장 개봉시 문제가 됐던 알 파치노의 마약 흡입장면과 전기톱으로 사지를 잘라내는 장면도 고스란히 수록됐다. 음향 또한 디지털 극장식 음향(DTS)을 수록해 대사와 효과음을 또렷하게 재생한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 TV 시리즈 등을 소개했다.
영웅본색 3부작 특별한정판
80년대 후반 우리 극장가는 단연 홍콩 누아르의 독무대였다. 홍콩의 갱들이 국내 스크린을 장악할 수 있었던 시초를 제공한 작품이 바로 존우 감독의 영웅본색 시리즈였다. 춤추는 듯한 느린 동작의 총격전은 당시까지는 볼 수 없었던 액션 영화의 새 장을 열며 수 많은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우정과 의리로 똘똘 뭉친 암흑가 사나이들이 배신자에게 복수하는 내용의 시리즈를 통해 검은 색안경을 쓰고 성냥개비를 질겅질겅 씹으며 쌍권총을 멋지게 쏘아대던 암흑가의 사나이 저우룬파(周潤發) 또한 스타가 됐다.
홍콩 포춘스타사에서 디지털 리마스터링 기술로 새로 복원한 영웅본색 3부작 DVD는 80년대 홍콩 누아르의 분위기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화질과 영상을 지녔다. 여러 부분에서 화면에 잡티도 보이고 필름 손상 흔적도 나타나지만, 20년이라는 세월을 감안하면 이해할 만한 수준이다.
특히 뛰어난 부분은 음향. DTS와 돌비디지털 5.1 음향을 함께 지원하기 때문에 6개의 서라운드 스피커를 갖췄다면,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총소리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 이제는 고인이 된 장궈룽(張國榮)의 앳띤 모습과 그가 부른 애조 띤 선율의 노래를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이 타이틀의 매력이다.
국내에는 처음 공개되는 각 시리즈의 삭제장면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총기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부록으로 들어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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