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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집권2기 "시스템 통치" 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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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집권2기 "시스템 통치" 펼 듯

입력
2004.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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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당과 행정부 등의 일상적 업무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설 것입니다."문희상 대통령 정치특보는 탄핵 국면 해소 후의 노 대통령 리더십에 대해 '당정 분리론' 으로 설명했다. 문 특보는 또 "노 대통령은 총리에게 가급적 많은 권한을 주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해 책임총리제에 준하는 국정운영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앞으로 고강도의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강력한 대통령' 이 될 것이라는 정반대의 전망도 있다. 지난해에는 여소야대 구조 때문에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많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실질적으로 당과 행정부의 일을 주도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두 가지 전망은 모두 지나치게 이분법적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리더십 방향은 '느슨한 장악'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정권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는 배격하되 시스템에 의해 당과 행정부를 분명히 장악하고 의회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우선 각종 채널을 활용해 열린우리당에 노심(盧心)을 적극 전달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서 우리당 선대위 간부들과 가진 만찬 모임에서 "당과 청와대 사이의 채널은 문 특보가 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청(黨靑) 간의 채널을 당측이 아닌 노 대통령이 주도해 선정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우리당의 유인태 염동연 이광재 당선자 등 '노 대통령 직계그룹' 은 소속 의원들을 노 대통령의 기치 아래 결집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일상적 당무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되 국정운영의 큰 방향과 원칙, 당내 갈등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면서 당내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우리당에 입당한 뒤 당권이 있는 당직을 맡지 않을 뿐 아니라 당직 인선, 공천 등에 직접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당정 분리의 모습을 보여줄 방침이다.

노 대통령은 행정부와의 관계에서는 김혁규 전 경남지사를 임명해 사실상의 직할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단기 경제정책 등 일상적 행정은 총리에게 맡기고 외교· 안보와 장기 국정 과제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당의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원내대표가 입각할 경우에는 이들을 형식상 김혁규 전지사 밑에 배치함으로써 대권주자군의 조기 과열 경쟁도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국회의장에는 자신의 정치특보인 김원기 의원을 앉힘으로써 대 국회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국회에서의 입법, 정책 논란 등과 관련해서는 박봉흠 청와대 정책실장을 채널로 선정했다. 노 대통령은 야당과 물밑협상을 하거나 정치 공작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야당과의 별도 채널은 마련하지 않을 방침이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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