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캐나다의 한 대학교수 집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노 교수의 2층집은 앞뒤로 뜰이 딸려 있었고 집안도 넓었다. 집을 둘러본 뒤 훌륭한 집이라고 감탄을 하자 노 교수는 "우리 집이 아니다"며 내력을 설명했다. 교수봉급으로는 집을 살 수 없어 20년 동안 상환하는 조건으로 은행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했다는 것이다. 몇년 후면 상환이 끝나는데 그때부턴 이 집을 담보로 다시 은행대출을 받아 노부부가 여행을 하며 은퇴생활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집값 안정대책에도 아랑곳 없이 내 집 장만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부모로부터 유산을 받거나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한 월급쟁이가 집 장만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 정부가 그렇게 무거운 세금을 매기며 부동산투기 추방을 외쳐도 한번 오른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특히 경기침체와 대량실업으로 서민가계가 극도의 압박을 받고 있는 요즘 서민들은 내 집의 꿈이 정말 꿈으로 끝나지 않을까 우울하기만 하다. 부실 가계대출이 많아서인지 금융기관 돈 얻어 집 장만하는 데 보태는 것도 여간 어렵지 않다.
■ 3월부터 시행된 모기지 론(장기주택담보대출)은 바로 내 집의 꿈을 실현시켜주기 위한 새로운 제도다.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집을 장만한 뒤 10∼20년 동안 원금과 이자를 매월 갚아 나가는 것으로, 이용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은 전세금만 갖고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집값이 6억원을 넘는 주택을 제외하고 최고 2억원 한도 내에서 집값의 70%까지 대출해준다. 생명보험회사들은 변동금리제를 적용하면서 대출기간도 3∼30년까지 다양하고 대출금도 실거래가의 60% 범위 내에서 최고 10억원까지 빌려 주는 상품을 내놓았다.
■ 중년을 넘긴 세대들은 어제부터 일부 은행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역(逆)모기지(Reverse Mortgage)에 더 관심이 많다. 집을 담보로 10∼20년에 걸쳐 매월 일정 생활비를 받고 나중에 주택소유권을 금융회사로 넘겨주는 이 제도는 은퇴 후 생활이 걱정인 사람들에겐 매우 유용할 것이다. 자식들에게 노후를 맡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연금도 충분치 않아 주택을 노후생활의 밑천으로 활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부모의 유산에 미련을 가진 자식들에겐 반갑지 않겠지만 나이만 들면 직장에서 내모는 사회풍토에선 노후가 불안한 사람들에게 역 모기지는 유일한 희망인 셈이다.
/방민준 논설위원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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