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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홍콩 민주화 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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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홍콩 민주화 탄압

입력
2004.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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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홍콩 민주화 탄압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베이징 정부의 간섭을 벗어나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홍콩 주민의 열망을 누르기 위해서다. 5일에는 홍콩의 빅토리아항에 중국함대 8척이 보란 듯이 나타나 위세를 과시했다. 미사일이 탑재된 2척의 구축함과 4척의 프리깃함 및 2척의 잠수함이 세계 4대 미항 중 하나라는 이곳을 누볐다. 중국측은 중국해군 창립 55주년 행사라고 설명했지만, 5년 전 50주년 때도 이 같은 퍼레이드는 없었다. 홍콩항에 중국군함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뒤 처음이다. 중국측은 홍콩주둔 인민해방군에게 외출 시 사복을 입도록 하고, 군기지도 서쪽 끝의 섬에 두는 등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해 왔다.■ 베이징 정부는 지난 4월 우리의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회의 결의로 행정장관과 입법회 의원을 자신들의 손으로 뽑겠다는 홍콩주민의 직선제 요구를 거부했다. 홍콩주민들은 2007년부터 최고 행정책임자인 행정장관을 직접 선출하고, 2008년부터 의회인 입법회 의원 중 절반을 직선으로 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를 위해서는 헌법인 기본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전인대는 행정장관이 기본법 개정을 전인대에 보고해야 하며 이에 대한 결정권은 전인대가 갖는다고 못박았다. 기본법을 개정하자면 행정장관이 전인대에 보고해 승인을 받은 뒤, 입법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3중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홍콩의 민주세력이 "홍콩의 자치와 민주를 짓밟는 처사"라고 반발한 것은 당연하다.

■ 민주화를 주도하는 정당과 사회단체 및 언론에 대한 외압도 강화되고 있다. 민주화를 지지하는 언론인이 협박에 시달려 사직하는 경우가 늘었다. 비판적 논조를 견지한 야당지에 대해 광고 취소 등 경영압박도 심해졌다. 언론 종사자들이 부업으로 운영하는 음식점과 가게에 빨간 페인트가 뿌려지고, 가족을 해치겠다는 전화가 걸려온다.

■ 미국과 영국이 항의하지만 중국은 요지부동이다. 미국의 신용평가회사는 베이징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홍콩의 신용등급 평가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홍콩의 민주화가 본토에 상륙할 것을 우려하는 베이징은 어떤 대가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한 국가 두 체제'(일국양제)를 요구하는 홍콩과 "중국은 연방국가가 아니며 홍콩은 베이징의 통제를 받는 지방정부 중 하나이고, 모든 권력은 중앙정부가 위임한 것"이라는 기본입장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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