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인권선진국으로 가는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합니다."노동운동을 하다 1970년에 분신한 고 전태일씨의 여동생 전순옥(50·사진)씨가 1970∼80년대 민주화운동 사료의 영문번역 전문가로 나섰다.
지난해 3월 고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A Single Spark)을 영역한바 있는 전씨는 최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로부터 한국민주화운동개설서의 영문 번역을 의뢰 받았으며, 지난 4일 발간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1차 영문보고서'(A Hard Journey to Justice) 번역 작업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특히 이번 작업에는 한국에서 번역가로 활동중인 전씨의 남편 크리스 조엘(61)씨가 감수자로 참여했다.
영국에서 노동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전씨는 영어에 능통하고 한국현대사 및 민주화운동에 대한 지식도 겸비하고 있어 민주화운동 사료 번역가로는 최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문사위 유한범 대외협력팀장은 "노동운동에 몸바친 오빠를 보고 자란 가족환경에다 이후 영국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전씨의 경력을 감안하면 우리의 과거사를 누구보다 잘 영어로 표현해 낼 것이라고 보고 의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외국에서 한국은 '경제성장의 모범사례'로만 인식되고 그 이면의 역사는 소개되지 않고 있다"며 "오래 전부터 한국의 민주화운동이나 노동운동 등에 대한 영문자료나 문헌이 부족해 이를 번역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장로회신학교을 다닌 후 지난 1989년 영국으로 유학 가 2001년 워릭대에서 노동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귀국 후 성공회대 연구교수를 지내다가 현재 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황재락기자 find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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