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연장'에서 '삶의 질 향상'으로 관심사가 바뀌면서 외모와 관련된 제약품 시장이 날로 커졌고, 이를 판매하는 제약사 직원들은 자기 몸으로 약효를 보여주는 게 기본이 됐다. 회사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체중조절 비용을 지원하는 제약사도 있다. 제약사 직원들의 병적인 건강관심과 관리비결을 알아보자.
김윤태: 미백제품을 판매하다 보니 제 이를 하얗게 만드는 건 필수더군요. 우선 대학 때부터 피워오던 담배를 끊었습니다. 담배와 커피는 치아를 누렇게 만드는 주범이거든요. 그리고 식후 30분을 넘기지 않고 이를 닦는 건 기본입니다.
이승남: 약에 대해 교육받는 영업사원들이 뭐라는 줄 아세요? 통통한 사람이 교육을 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거에요. 6개월째 약을 먹고 있는 제가 아무래도 낫겠죠. 사실 전 중3때부터 다이어트를 했어요. 예전엔 무조건 굶으며 뺐는데, 간호사로 첫 직장을 가져보니 생활이 불규칙해 6개월만에 10㎏가 불더군요. 안 해 본 다이어트가 없는데 결국 다시 찌니 얼마나 허무한지 아세요? 이젠 약 먹고, 절대 택시 안타고, 퇴근 후 개와 동네를 돌면서 서서히 8㎏을 뺐어요. 살빼는데 다른 비법은 없다고 확신합니다. 문제는 제가 끼니 때마다 칼로리 타령을 하니 동료들이'재수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거죠.
박성훈: 저는 여드름 약을 맡고나서 얼굴을 딱 반으로 나눠 우리 약과 경쟁사 약을 각각 바르고 다녔습니다. 연고제는 처음 발랐을 때 피부가 붉어지거나 뾰루지가 나는 반응이 있을 수 있는데 사람들은 이걸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든요. 그러니 제가 직접 겪어보는 것보다 나은 방법은 없습니다.
이: 비만 약도 처음 먹으면 화장실을 자주 드나드는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근데 이를 큰 부작용으로 여겨 약을 안 먹거나, 용량을 안 지키면서 효과가 없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옆 집 아줌마 얘기에 혹해 별별 민간요법은 잘 따르면서, 엄격한 임상시험 결과 나온 용법은 안 지키니 답답하죠.
김: 약을 오래 먹거나 많이 먹으면 내성이 생길까 두려워하는 것 아닐까요? 치아 미백제도 1,2년새 시장이 1,000억원(치과시술 포함)까지 성장하다 요즘 주춤합니다. 처음 시판된 제품엔 에나멜을 벗겨내는 화학성분이 있었는데 이것이 치아에 해를 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 물론 내성이 있는 약은 주의해야 합니다. 제약사에서 정확히 정보를 공개해야 하죠.
박: 10년전 고가의 미백제를 수입해 치과 돌아다니며 겨우 몇 개 팔았던 기억이 있는데, 격세지감을 느끼네요. 외모를 가꾸는 약들이 일반화하고 있어요.
이: 맞아요. 저 어렸을 때 다이어트 한다고 얼마나 구박받았는지 아세요. 하지만 이제는 부모가 자녀의 비만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됐어요. 저도 소아비만이어서 지금 체중은 정상이나 체지방이 많아요. 어릴 때 체중은 평생 건강을 좌우합니다.
박: 저는 여드름투성이인 학생들 보면 안절부절 못합니다. 좋은 약 많은데 왜 치료를 안 하는지, 흉터가 남을텐데, 친구한테 놀림은 안 받을지…. 그러니 길 가는 학생 붙잡고 "병원 가 보라"고 하죠.
이: 물론 그들이 평생 우리 브랜드를 기억할 잠재고객이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김: 사실 저 담배 끊고 나서 살이 쪄 죽겠는데 조언 좀….
이: 체중조절의 왕도는 규칙적으로 소량씩 먹고 운동량을 늘리는 것입니다. 약은 도움이 될 뿐이죠. 남성은 술자리만 피하면 절반은 성공입니다. 저는 잇몸에서 피가 잘 나는데 뭐가 문제죠?
김: 칫솔질만 잘 해도 치아건강은 잡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치아만이 아니라 잇몸을 함께 솔질해 줘야 한다는 거구요, 그러니까 잘 맞는 칫솔모를 골라야 해요. 잇몸에서 피가 나면 칫솔모가 부드럽고 많은 걸 쓰십시오. 2∼3개월쯤 써서 칫솔모가 휘기 시작하면 칫솔을 바꿔야 합니다.
박: 자외선만 피해도 피부 트러블의 반은 해결되죠. 골퍼 최경주의 피부와 제 피부의 차이가 그겁니다. 남자들은 바르는 거 싫어하죠? 하지만 피부과 의사들과 골프장에 가보십시오. 얼마나 두껍게 바르는지.
인터뷰가 끝나도 서로에 대한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요즘 이쪽으론 어떤 약이 잘 나가요, 피부과는 비만클리닉보다 수가 적잖아요, 월차 수당은 주나요…?
/김희원기자 hee@hk.co.kr
사진=최흥수기자
●이승남 32세·한국로슈 과장
상비품= 칼로리 계산자
취미=동료들 간식 먹을 때 칼로리 계산해주기
못 참는 사람=다시 찔 게 뻔한데 굶는 사람
좌우명=요요에 대해선 나하고 얘기해 보자
하는 일=비만 치료제 '제니칼' 교육담당 매니저
●김윤태 29세·한국GSK 주임
상비품=칫솔
취미=양치질하기
못 참는 사람=1년 넘게 칫솔 안 바꾸고 해질 때까지 쓰는 사람
좌우명=이를 가리고 웃는 건 웃는 게 아니지
하는 일=미백 칫솔 '아쿠아프레쉬' 브랜드 매니저
●박성훈 36세·갈더마코리아 차장
상비품=선크림 보습제 클렌저
취미=아이들 보습제·자외선차단제 발라주기
못 참는 사람=여드름 만개하고도 태평인 학생
좌우명=햇빛은 나의 적
하는 일=여드름 치료제 '디페린 겔' 제품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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