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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쌀 "내우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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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쌀 "내우외환"

입력
2004.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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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쌀 소비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 따른 1995년 쌀시장 개방 이후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올해로 UR협상에 따른 쌀 관세화 유예 조치가 종료됨에 따라 내년부터는 어떤 방법으로든 쌀 수입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쌀 공급과잉과 재고문제가 심각한 현안으로 등장할 전망이다.9일 농림부에 따르면 올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81.8㎏로 95년 106.5㎏에 비해 24.7㎏(23.2%)나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세화 유예조치에 따른 쌀 의무수입의 기준 연도인 86∼88년도(125.4㎏)에 비해서는 34.8% 감소한 물량이다.

대외경제연구원 이창수 연구원은 "연간 쌀 소비량이 10년전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지만 일본의 63.6㎏(2001년)이나 대만의 50.0㎏(2002년)보다는 여전히 높은 편"이라며 "하지만 국내 쌀 소비의 감속폭이 워낙 커 머지않아 이들 나라의 소비량 수준에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쌀 소비 감소에도 불구하고 내년부터 쌀 수입량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6일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양자간 논의에 들어간 쌀 관세화 유예 연장을 위한 협상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지든 국내 수입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세화로 전환할 경우 낮은 관세의 최소시장접근물량(MMA·의무수입물량)과 함께 높은 관세화를 통해 저가의 중국산 쌀등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밀려들어올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 정부 전략대로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하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대가로 의무수입물량을 대폭 늘이게 될 것이 분명하다.

MMA에 따른 국내 쌀 수입은 95년 국내 소비량의 1%인 5만7,000톤에서 올해 4% 수준인 20만5,000톤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유예 연장시 의무수입량은 8∼18%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쌀 소비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의무수입량은 소비량의 10∼24%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많게는 국내 소비의 5분의 1 이상을 다른 나라의 상황에 의존, '식량 안보'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

더구나 의무수입 쌀의 지난해 10월 말 현재 국내 재고 물량이 274만9,000석으로 전체 재고미(763만2,000석)의 36%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대폭 늘어날 수입쌀 자체는 정부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최근 쌀협상에서 현재 가공용으로만 사용이 제한되는 수입쌀을 민간에 유통시키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이 경우 국내 쌀 가격 하락에 따른 농민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농림부 고위관계자는 "올해 쌀 재고가 지난해 763만석에서 678만석으로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향후 평년작만 유지해도 추가재고가 발생하는 공급과잉 기조가 지속된다"며 "이러한 공급과잉 상황에서 급격한 소비감소와 수입물량의 증대는 심각한 위기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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