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낸 뒤 주부를 암매장한 범인이 손톱 크기 만한 방향지시등 조각 때문에 범행 10개월여만에 덜미가 잡혔다.경기 안성시 금광면의 주부 이모(33)씨가 실종된 때는 지난 해 7월2일 밤. 슈퍼마켓에 라면을 사러간다며 집을 나간 이씨는 지난달 24일 안성시와 충북 진천군의 경계인 배티고개 중턱에서 암매장된 유골로 발견됐다.
이 사건은 미궁으로 빠진 듯했지만 단서는 작은 곳에서 발견됐다. 암매장 지점에서 3.5㎞ 가량 떨어진 금광면 313호 지방도로변에서 이씨가 실종된 날 밤 ‘쿵’하는 소리를 들었고 다음날 속도제한 표지판이 쓰러져 있는 것을 봤다는 슈퍼마켓 주인의 증언이 나왔다. 이 진술을 토대로 표지판에 세워져 있던 곳 일대를 수색하던 경찰은 풀숲을 뒤지다 흙속에서 두께 5㎜ 지름 1㎝정도의 엄지손톱 크기만한 플라스틱 조각 3,4개를 찾아냈다.
차량정비 전문가들에게 확인한 결과, 이 조각들은 구형 갤로퍼 승용차의 오른쪽 방향지시등 덮개조각인 것으로 밝혀졌고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경찰은 안성과 진천일대 구형 갤로퍼 승용차 소유자 286명을 상대로 이씨 실종 당일의 행적과 차량 방향지시등 교체 여부, 보험처리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고 용의자는 이씨의 이웃주민 이모(43)씨로 좁혀졌다.
4일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후 갑자기 잠적한 이씨를 수상히 경찰은 8일 안성시내에서 이씨를 검거, 범행일체를 자백받았다. 이씨는 경찰에서 “앞에서 오던 차를 피하다 물체와 부딪혔는 데 사람인 지 동물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며 “고민하다 다음날 새벽 현장에 가 시신임을 확인하고 겁이 나 암매장했다”고 진술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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