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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진화하는 美의 性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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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진화하는 美의 性시장

입력
2004.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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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양태는 시대마다 다르다. 대다수 사회에서 시대를 막론하고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적 관계의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다양한 변형이 나타난다. 21세기 초 미국 사회는 바로 그런 변형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변형이 어디로 얼마나 이루어질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섹스는 대단히 기초적인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기초생물학을 공유하고 있다. 흔히 국내에서는 지역을 이동하더라도 적당히 비슷한 성적 행동 양식을 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시카고대의 에드워드 로만 등 몇몇 학자들은 최근 '도시의 성적 조직'이라는 연구 프로젝트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성적 파트너를 찾기 위해 대단히 진화된 형태의 성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시장들은 적어도 도시에서는 놀랄 만큼 지역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잠자리 상대를 찾을 때 민족, 인종, 사회 혹은 지역적 경계를 넘으려 하지 않는다.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시장은 각각의 규칙을 갖고 있다.

보고서의 저자들은 시카고를 몇 개 지역으로 나누고 수 천 명을 인터뷰해 각 지역의 행동 양태를 비교했다. 그 중 하나인 사우스타운은 먹고 살기 힘든 흑인사회로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 남성들은 시장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일부다처를 실천한다. 거의 40%의 남성이 적어도 두 명 이상의 섹스 파트너와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스타운의 여성들은 남성이 부족한데도 자기 지역 밖으로는 눈을 돌리지 않는다.

웨스트사이드는 대부분 히스패닉이 사는 지역이다. 절반 이상이 멕시코 등 외국에서 태어난 이들로 보수적인 관습을 가지고 있다. 결혼하지 않은 남성의 64%, 여성의 57%가 남자는 일하고 여자는 집에서 아이를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시카고의 비(非)히스패닉계 남성 3분의 2 정도가 하룻밤 상대와 섹스를 해본 적이 있다고 한 반면, 웨스트사이드의 남성들은 거의 그렇지 않다. 남성의 절반, 여성의 4분의 3이 사랑 없는 성관계는 잘못된 것이라 믿는다. 이 지역 사람들은 가족을 통해 미래의 섹스 파트너를 만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부유한 백인 지역인 쇼어랜드는 동성애 인구가 많고 섹스가 특정 개인에게 얽매이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남성 동성애자의 43%는 이제까지 60명 이상의 파트너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 지역 역시 자기만의 사회적 제도를 만들어냈는데 지역 소프트볼 리그는 여성 동성애자들이 파트너를 구하는 장소이다. 인터뷰에 응한 동성애자의 75% 이상이 친구 대부분이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라고 대답했다.

이 데이터에서 한 발 물러나 보면 우선 다양한 섹스 존이 꽃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자발적인 진화는 대단히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어 행정 당국이나 교회 같은 기존의 주요 기관들이 따라잡기란 대단히 힘들다.

둘째, 성 시장은 급속하게 확산되는 사회적 양상으로 결혼 시장과는 점점 더 구별되고 있다. 성 시장이 점점 더 커지고 효과적이 됨에 따라 사람들은 결혼의 이점에 덜 끌리게 된다. "성 시장에서의 기회는 결혼 시장의 억제력으로 작용한다."

미국인들은 예전보다 결혼에 훨씬 시간을 덜 쓰고 있다. 늦게 결혼하고 많이 이혼하며 재혼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우리는 가장 성공적인 제도 중 하나인 결혼을 연애로 대체하고 있다. 이는 심층적인 구조의 문제이며 대단히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데이비드 브룩스/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뉴욕타임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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