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계열 금융회사의 계열사 보유지분 의결권 한도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힘 겨루기가 물밑에서 본격화하고 있다.공정위는 여대야소(與大野小)로 재편된 국회 지형을 지렛대 삼아 의결권을 30%에서 15%로 줄이려는 반면, 재경부는 대기업의 투자의욕 고취를 위해서는 정부와 재계와의 불필요한 마찰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내세워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재경부와의 신경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잇따라 자신들의 논리에 맞는 자료를 언론에 흘리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6일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한 몇가지 오해'라는 자료를 통해 재벌그룹 계열사의 투자가 중소기업에 비해서도 저조하다고 비판한데 이어 10일에는 재벌 금융계열사가 고객 돈을 이용해 총수의 지배권 확대에 주력했다는 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공정위가 이날 공개한 '재벌 금융사의 의결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가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는 2001년 4월 114개에서 2002년 4월에는 118개로 늘어난 데 이어 2003년 4월에는 144개로 대폭 증가했다.
이들 기업집단 금융·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도 2001년에는 4.62%에 불과했으나 2002년 7.4%를 거쳐 2003년에는 1.7배인 8.06%로 팽창됐다. 특히 한화그룹은 2002년 5.34%에서 2003년 8.66% 로 지분을 대폭 늘렸다.
공정위의 이같은 여론조성 작업에 대해 재경부는 겉으로는 두 부처간의 마찰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공정위 '의도'를 적극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세우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부처간 협의과정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기업의 투자의욕을 해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또 공정위가 열린우리당의 지원을 믿고 의욕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비공식적인 당정협의 채널을 가동키로 했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추진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열린우리당은 공정위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에는 열린우리당이 공정위 방침으로 기우는 듯 했으나, 이제는 재경부와 공정위가 합의안을 만들어 오라는 쪽으로 바뀌었다"며 "결코 공정위 방침대로 관련 법안이 마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재경부와 공정위는 부처간 협의를 거쳐, 이달 말까지 공정거래법 최종 개정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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