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이라크인 수감자에 대한 가혹 행위에 이어 영국군의 가혹행위도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는 9일 영국군 8명이 이라크인 7명을 체포해 3일간 목, 성기 등을 집중 구타하는 등 '킥 복싱' 연습을 했고, 심지어 수감자들을 때려 멀리 날려 보내는 시합까지 했다는 한 이라크인 수감자의 증언을 폭로했다. 그는 신장이 파열됐고, 다른 이라크인은 폭행 후유증으로 숨졌다. 이 증언은 영국군 작전 중 숨진 이라크인 유족들이 4일 영국 국방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 제출된 것이다.일간 데일리 미러도 8일 영국군 보병 장갑차에서 이라크인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피를 흘리는 사진과 "500여장의 가혹 행위 사진을 담은 CD가 있었다"는 익명의 이라크 파병 영국군 증언을 추가 공개했다.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인 옵서버는 9일 영국군 정보장교 3명이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1∼4월 미군의 이라크인 심문에 참여했다며 영국 정부도 미군 학대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논평했다. 영국 국방부는 이들이 학대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영국 총리실은 2월 국제적십자사의 영국군 가혹 행위에 대한 우려와 개선 권고 통보를 받았다고 9일 인정했다. 총리실은 즉각 대응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1일 영국군의 가혹 행위 논란이 불거진 뒤 철저한 조사를 다짐했지만 그 동안 적십자사의 경고가 있었던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때문에 영국 정부가 적십자사의 우려를 묵살했거나, 아니면 관련 조사를 한 뒤 그 내용을 감추려 시도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부르고 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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