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총각과 중국 낭자가 빚어내는 사랑은 어떤 빛깔일까.KBS와 중국 CCTV가 공동기획한 첫 한중 합작 드라마 '북경 내사랑'(극본 김균태, 연출 이교욱)이 10일부터 KBS 2TV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난다.
망나니 아들을 길들이려는 아버지의 극약처방으로 중국 땅에 버려진 청년의 좌충우돌 생존기를 담은 이 작품은 국내 최초의 20부 전편 사전제작, 80% 이상 중국 촬영 등 야심 찬 시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사스(SARS) 여파로 촬영이 중단되고, 주인공이 바뀌는 등 숱한 곡절 끝에 당초 예정보다 8개월 늦게 빛을 보게 됐다. 7일 시사회에서 만난 연기자들은 긴 산고(産苦)를 겪은 만큼 남다른 기대와 함께 적잖은 아쉬움도 드러냈다.
주인공 나민국 역의 김재원(23)은 "중국에서 4개월 넘게 호텔에 갇힌 채 촬영장만 오가느라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다"면서 "극기훈련을 다녀온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연적으로 등장하는 궈샤오동(郭小冬)과 만나자마자 의형제를 맺는 등 중국 배우들과의 소통에 꽤 공을 들였지만, 언어와 문화의 장벽은 높았다. "생각도, 표현 방식도 많이 다른 낯선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게 정말 쉽지 않더군요. 극본의 맛을 제대로 살리려면 애드립이 필요한데, 말도 다르고 비속어 사용에도 제약이 많아 전혀 쓸 수가 없었죠."
그는 "시간에 쫓겨 좀더 완성도를 높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고생한 만큼 행복했고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늘 엇비슷한 배역만 맡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번 작품은 중국시장을 겨냥한 것인데, 나는 중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한류 스타' 대열에 합류하고픈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여주인공 양쉬에 역을 맡은 쑨페이페이(孫菲菲·24)도 가장 큰 어려움으로 문화의 차이를 꼽았다. "한국에서는 교도소에서 나오면 두부를 먹잖아요. 중국에서 '두부 먹고 싶다'는 말은 '너랑 자고 싶다'는 뜻으로, 여자 앞에서 함부로 썼다가 큰일나죠." 실제 극중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예로 들면서 양 볼을 발갛게 물들이던 그녀는 "그런 문화적 차이가 드라마에서는 색다른 재미를 안겨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쑨페이페이는 장쯔이 등 스타를 배출한 베이징무용학원 출신. '평종협영' 등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며 신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영악할 정도로 똑똑하다"는 이 PD와 김재원의 평가처럼 인터뷰 내내 재치 있는 말솜씨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은가 묻자 "그건 (이번 드라마를 보는) 한국 시청자들의 판단에 달렸다"면서도 "한국에서 좋은 기획사를 만나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북경 내사랑'은 기대를 모았던 '사전 전작제' 시도가 사실상 실패해 아쉬움을 남긴다. 편집 등 후반작업이 30% 가량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사스 여파로 제작이 지연돼 불과 5개월 만에 20부를 찍느라 사전 제작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문화적 장벽도 예상보다 높아 극본의 상당 부분이 현장에서 바뀐 것도 완성도를 떨어뜨린 요인. 그러나 첫 한중 합작이라는 데 의의를 두고 본다면, 양국의 문화와 자연 풍광이 빚어내는 '부조화 속의 조화'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도 있겠다.
중국에서는 6월 초부터 '北京我的愛'라는 제목으로 방송될 예정인 이 드라마가 '한류(韓流)와 한류(漢流)의 행복한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쑨페이페이의 말처럼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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