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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우면 빈혈? 속단 말고 원인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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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우면 빈혈? 속단 말고 원인 밝혀야

입력
2004.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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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 주부 A씨는 반복되는 어지럼증으로 내과, 가정의학과, 이비인후과 등을 전전했다. 안정제를 먹으면 어지러운 게 조금 가라앉았지만 그 때뿐. 다시 이비인후과를 찾은 A씨는 "하루 종일 어지러워 죽겠다"고 토로했고 의사는 속귀(내이)의 염증으로 여겨 여러가지 검사를 반복했다. 하지만 검사결과는 정상.결국 의사는 A씨의 증상을 다시 캐물은 뒤 자세를 바꿔보도록 했더니 고개를 돌릴 때마다 어지럼증을 느끼는 것을 발견했다. A씨는 이 사실을 모른 채 "하루 종일 어지럽다"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 당뇨와 고혈압이 있던 50대 직장인 B씨는 하루 2∼3번씩 2∼3분간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났지만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일주일 후 어지럼증과 함께 말이 어눌해지고 물체가 둘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 응급실을 찾았다. 뇌 검사 결과는 뇌줄기(뇌간) 부위 혈관이 막힌 뇌경색. 어지럼증이 처음 나타났을 때 병원을 찾았다면 예방할 수 있었던 경우였다.

어지럼증은 열명 중 한명 꼴로 흔히 경험하지만 느끼는 증상이 제각각이고 원인도 매우 복잡해 진단이 어렵다.<표참조> 어지럼증을 참을 수 없어 병원을 가려 해도 위의 사례처럼 어떤 과를 찾아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구자원 교수는 "어지러우면 대개 빈혈이라고 여기고 철분제를 먹는데 빈혈로 인한 어지럼증은 10%도 안 된다"며 "복잡한 어지럼증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선 각종 검사보다 환자가 느끼는 증상과 병력을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어지럼증의 일부는 목숨을 앗아가는 심각한 질병의 전조일 수 있으므로 증상을 구분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어지러운가

빙빙 돈다 의사들이 '현훈'이라고 부르는 어지럼증은 주변이 빙빙 도는 느낌이다. 의식은 있지만 속이 메슥거리거나 토할 수 있다. 환자들은 "빙빙 돈다" "몸이 붕 뜨는 느낌이다" "땅 속으로 가라앉는 것 같다" "세상이 기울어져 보인다"고 말하곤 한다. 몸의 평형을 잡는 귓속 전정기관이나 귀에서 뇌줄기, 소뇌, 대뇌로 이어지는 전정신경에 문제가 생겨서 나타나는, 가장 흔한 어지럼증이다.

눈앞이 캄캄하다 돌지는 않지만 기절할 것 같은 느낌을 실신성 어지럼증이라 한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식은 땀이 난다. 뇌로 가는 혈류량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일어설 때 잠깐 아찔하다 괜찮아진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가슴이 두근거리며 눈앞이 캄캄하고 어질어질한 느낌이 반복된다면 부정맥이나 협심증일 수 있으므로 심장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또 고혈압 약이나 전립선비대증 약을 최근 먹기 시작한 사람도 비슷한 증상을 느낄 수 있으므로 의사와 약 처방에 대해 상의하는 게 좋다.

몸이 기운다 단순히 몸의 균형을 못 잡을 경우에도 어지럽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가만히 있을 때는 모르지만 일어서거나 걸어다닐 때 균형을 잃고 몸이 기우는 것. 노화로 인한 뇌 신경의 퇴행성 변화나 질병이 있을 때 이런 균형이상감이 올 수 있다.

일시적으로 아찔하다 일시적으로 머리가 텅 비거나 몽롱한 느낌으로, 정상인에게도 나타난다.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가슴이 두근거리며 호흡을 빨리 하게 되는데 그러면 체내의 산도가 떨어지는 호흡성 알칼리증이 나타나 어지럽다. 호흡을 빨리 해봐서 어지러운지 확인할 수 있으며, 정신질환이 원인이라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

◆동반 증상을 살펴라

똑같이 빙빙 도는 느낌이라도 뇌졸중이나, 뇌종양이 뇌 전정신경을 건드려 생기는 중추성 어지럼증은 생명이 걸린 문제다. 이를 구분하려면 동반 증상을 살펴보는 게 좋다. 즉 손발 등 다른 감각이 마비되거나 잘 움직일 수 없거나 시야가 가려 안 보이는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뇌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지수 교수는 "혈전으로 뇌 혈관이 막히는 뇌졸중에 의해 발생하는 어지럼증이라면 2시간 이내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해야 한다"며 "특히 뇌줄기나 소뇌로 가는 혈관은 목숨과 직결되고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므로 어지럼증을 느끼자마자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단지 귓속 전정기관만 문제인 경우엔(말초성 어지럼증) 어지러움의 정도가 심하더라도 목숨을 잃는 일은 없다. 귀가 먹먹하고 잘 안 들린다면 귀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말초성 어지럼증에는 귀에서 평형감을 잡아주는 이석이 반고리관으로 들어가서 생기는 양성체위성 어지럼증,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전정신경염과 미로염, 귀 속 림프액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메니에르병 등이 있다. 양성체위성 어지럼증은 고개를 돌릴 때 어지럽다.

이밖에 잘 안 보이거나 겹쳐 보이는 눈의 문제, 당뇨 심장질환 갑상선 등 내분비질환, 자가면역질환 퇴행성 신경계 질환 등 다른 질병이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병력을 제대로 상담하는 게 중요하다. 약 중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안정제, 고혈압 약, 전립선 약,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항생제, 항암제, 이독성 이뇨제 등이다.

◆어떻게 치료할까

양성체위성 어지럼증은 머리의 위치를 조정해 반고리관에 들어간 이석을 제자리로 돌아가도록 하는 치료를 한다. 미로염이나 전정신경염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데 대부분 저절로 좋아진다. 메니에르병은 절반은 저절로 좋아지지만 그렇지 않다면 속귀의 압력을 낮추기 위해 이뇨제를 처방하고 평소 식생활에서 소금을 줄여 먹도록 한다.

전정기관의 문제가 아닌 다른 질병으로 인한 어지럼증이라면 원인 질병을 치료해야 한다. 반대로 정상인데도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은 어지러움을 낳는 상황을 반복해 몸이 적응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당장 어지럼증을 줄여주는 전정안정제만 믿어선 안 된다. 원인에 따라 3일 정도 복용할 수는 있지만 안정제는 완치 약이 아니다. 특히 노인들은 감각기능이 떨어지고 수분이 부족해 안정제가 들어가면 잘 배출되지 않고 오히려 어지럼증을 악화시킨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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