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대장인 신일순(57·육사26기·사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8일 밤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 수감되면서 군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이 가시화하고 있다. 군내에서는 창군 이후 처음으로 현역 육군 대장이 개인비리 등 혐의로 구속된 이번 사건을 군 사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군내에서는 정부가 지난해 국가 최고 수사기관인 검찰 개혁에 주력했다면 올해는 군 개혁 드라이브를 본격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청와대가 개혁성향이 강한 군 검찰을 앞세워 그 동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돼 온 군내 예산 유용과 인사비리 등 부패고리를 청산하는 데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수사에 정통한 핵심 관계자는 "고교를 갓 졸업한 이후부터 국가로부터 일체의 지원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는 사관학교 출신 일부 인사들이 공사 구분을 하지 못하고 예산을 맘대로 전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신일순씨 개인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고 밝혀 '군내 관행과의 전쟁'가능성을 뒷받침했다.
벌써부터 군내에서는 야전부대장 시절 각종 위문금의 회계처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또 다른 현역 대장과 몇몇 중장급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비리사건 처벌의 새로운 기준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군 수사기관 관계자는 "예산 횡령 의혹으로 이미 옷을 벗은 장교들이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쉴 것"이라며 "과거에 옷만 벗으면 그만인 식의 비리인사 처리가 앞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새 모델이 제시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8일 오후 8시40분 국방부 검찰단이 조영길 국방장관의 승인을 받아 청구한 신 부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3시간 가량 실질심사한 후 오후 11시45분께 발부했다. 군 검찰은 영장 발부 직후 검찰단 청사 내 지하 수감시설에 수갑 등은 채우지 않은 채로 신 부사령관을 수감했다. 신 부사령관은 "지휘활동의 일환으로 예산을 쓴 부분이 실정법상 문제가 된다면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계 근무복 차림의 신 부사령관은 이날 오전 9시30분께 개인 변호인을 대동한 채 자신의 검은색 다이너스티 승용차를 타고 검찰단 뒤편 주차장으로 들어섰으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국방부 검찰단 청사로 들어갔다.
국방부는 신 부사령관의 혐의와 관련, 1999년 11월부터 2001년 11월까지 3군단장으로 재직하면서 약 1억2,500만원, 지난해 4월 이후 연합사 부사령관 시절 3,300만원 등 부대공금과 위문금, 복지기금 등 총 1억5,8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확인했다. 광주고를 졸업한 신 부사령관은 육사 입학(26기) 후 미 웨스트포인트에서 유학했으며, 이후 28사단장, 3군단장, 교육사령관, 육군 참모차장 등을 지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판결확정까지 대장 신분 유지
신일순 연합사 부사령관은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는 구속과 관계 없이 대장 신분과 직책은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기소가 되면 휴직을 명한다'는 군인사법 규정에 따라 기소와 동시에 직무가 정지된다. 구속 후 기소까지 10∼20일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형식적으로는 그 기간 중 '옥중결재'도 가능하다.
장병 인권 보호와 지휘권 유지를 위해 군 판사 외에 경험이 많은 일반장교가 재판에 참여하는 심판관 제도도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피고인의 차상급 계급자가 심판관으로 참여하는 게 관례지만 최고 계급인 대장에 대한 재판이기 때문이다. 군내에서는 야전군사령관(대장)과 임관동기, 참모총장이 심판관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봤을 때 유일한 후보는 육사 25기로 한 기수 선배인 김종환 합참의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2심 심판관이 동일인이 된다는 문제가 남는다. 한 법무장교는 "현행 규정은 대장이 재판받는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있다"며 개정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신 부사령관이 군사재판을 받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공무원이 형사사건 회피를 위해 사직할 수 없다는 총리훈령에 따라 신 부사령관이 자진 전역할 수는 없으나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재가하면 자동 전역이 된다. 대장은 보직이 있어야 직위가 유지되기 때문. 군복을 벗으면 신병은 민간검찰로 넘어간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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