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찬노숙(風餐露宿)이나 마찬가지지만 지리산과 섬진강을 끼고 있어 경치는 끝내줍니다. 거기다 국민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곳이죠."민주노동당이 9일부터 11일까지 의원단 정책연수를 실시하는 전북 남원의 중앙연수원은 뚜렷한 당의 색깔 만큼이나 남다르다. 연수원이 마련된 과정부터가 그렇다.
원래 폐교였던 연수원 건물과 터는 2001년 황광우 당시 연수원장과 광주·전남 지역 교수, 사회운동가 등 10여명이 돈을 모아 사들였다. 이들은 각자 3,000여 만원씩 추렴해 남원교육청으로부터 2억7,000여만원에 폐교를 인수, 연수원으로 개조했다. 때문에 시설도 볼품이 없다. 민노당은 이번 연수를 앞두고 외벽 페인트칠을 다시 하고 일부 전기장판을 깔았다. 전화선도 조금 확충하고 LAN도 20여개로 늘렸다. 그러나 당선자 10명을 위한 별도의 편의시설은 없다. 누구든 찬 마룻바닥에서 지내야 하며 운이 좋으면 전기장판을 차지할 수 있는 정도다.
하지만 연수원을 아끼는 당원들이 '남사당(남원연수원을 사랑하는 당원들의 모임)'을 결성할 정도로 인기다. 연수원 시설은 당원이 아닌 일반인들도 미리 신청만 하면 하루 숙박비 1,000원을 내고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연수원 근처에는 텃밭과 자연학습장도 마련돼 있어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갖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여름방학에는 50명 단위의 소규모 인원만 참가하는 어린이 학교가 개설된다. "생태 학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는 것이 남원시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남원=범기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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