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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스펠드 사임" 분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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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스펠드 사임" 분노 확산

입력
2004.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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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7일 미 상·하원 청문회에서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에 대해 사과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내의 비판 여론과 아랍권의 분노를 잠재우지는 못했다.상원 군사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럼스펠드 장관은 모두 발언을 통해 "미군들에 의해 행해진 학대 사건에 대해 아주 깊이 사과한다"며 "이런 행위는 아주 비미국적(Un-American)이고 추악한 것"이라고 밝혔다.

럼스펠드 장관은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장관 자리에 있는 것이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면 지체 없이 물러나겠다"며 "그러나 사람들이 이번 사건을 정치 이슈화 하려 한다면 물러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6시간에 걸친 청문회 후 민주당 의원들은 럼스펠드에 대한 공격 수위를 더욱 높였다.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부시 대통령이 럼스펠드 장관을 즉각 해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도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적절치 않은 반응'이라는 제목의 8일자 사설에서 "럼스펠드 장관은 포로학대 문제의 근본적인 성격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그는 학대 사건을 개인들에 의한 고립된 사건으로 계속 묘사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8일자 '럼스펠드의 방어'란 제목의 사설에서 "왜 그가 국방장관으로 계속 남아있어야 하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의회에 갔다면 그는 실패했다"며 "그의 때늦은 사과는 듣기에는 괜찮았으나 그는 많은 시간을 그의 책임을 피하는 데 썼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부시 정부 핵심 관료 및 공화당 의원들의 측면 지원 아래 럼스펠드 장관은 물러나야 하는 상황은 일단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8일 "나와 부시 대통령은 그에게 가장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 여론조사결과 응답자의 70%가 이번 파문과 관련해 럼스펠드 장관에게 해임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답하는 등 일반 여론도 '럼스펠드 축출'에는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도 그의 자리를 위태롭게 하는 변수들은 남아있다. 럼스펠드 장관 스스로도 청문회에서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학적이고 잔인한 사진과 비디오가 더 많이 있다"며 "더 치명적인 폭로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미국의 명성도 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권은 더욱 분노했다. 미국의 우방인 쿠웨이트 정부가 8일 미군의 이라크 재소자 학대행위를 반(反) 인륜적 범죄라고 비난한 데 이어 이집트와 바레인 의회도 비난에 동참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영자지 아랍뉴스는 "독립적인 조사를 실시하자는 럼스펠드 장관의 제의는 시간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럼스펠드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아랍권과 유럽의 언론들은 그의 사과 표명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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