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만에 100 포인트 하락했다. 그 동안 외국인은 거래소 주식을 2조5,000억원, 삼성전자를 1조7,000억원 어치를 팔았다. 유일한 매수 주체였던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서자 매수 공백 속에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외국인의 강력한 매수로 인한 랠리를 즐기고 있을 때 한편에서 우려해왔던 외국인 일방 장세의 부작용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지난 주말 기준 42.7%)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상황과 지나치게 낮아진 국내 기관투자가의 비중(12∼13%로 추정)을 감안하면 이 같은 급락 현상이 일견 당연하기까지 하다.주가는 자율반등의 영역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율반등의 폭을 결정하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의 몫이다. 펀드자금 흐름을 조사·집계하는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의 자료를 참고하면 이머징마켓에 주로 투자하는 뮤추얼펀드에서의 자금 이탈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각종 이머징마켓 펀드에서 최근 2주 동안 연속적으로 자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된다. 이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주간 이탈 규모도 최대이다. 하지만 중국 모멘텀에 대한 우려가 초기에 과도하게 반영되었고, 한국 증시의 저평가와 기업이익 모멘텀을 감안할 때 뮤추얼펀드의 매도 공세는 진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헤지펀드의 매도공세가 일단락 된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일단 이익실현을 노린 헤지펀드 급매물도 어느 정도 정리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9월 하순 이후 헤지펀드의 유입이 많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의 평균 매수 단가는 종합지수 기준으로 841포인트이다. 원·달러 환율은 당시와 같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 9월 이후 유입된 외국인이 840선 이하에서 팔게 되면 평균적으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국인 매도의 70%가 삼성전자에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손익 계산은 열악하다. 지난해 9월 하순 이후 사들인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평균적인 매수 단가는 54만8,000원이다. 물론 지난해 6∼9월 중순 기간 동안에 삼성전자를 산 외국인이 아직까지 삼성전자를 보유하고 있다면, 말 그대로 여유 있게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해당하는 외국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난해 9월 이후 유입된 헤지펀드의 매도공세도 종합지수 기준으로 840선, 삼성전자 기준으로 54만8,000원 이하에서는 약해질 것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다만 이번 주 헤지펀드의 움직임과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변수가 있다. 바로 달러화 추이이다. 만약 기술적으로 저항선 역할을 해온 엔·달러 환율이 110엔 이상으로 올라설 정도로 달러 강세가 진행된다면, 다시 외국인 매도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엔·달러 환율이 110엔 이하에서 안정된다면 외국인의 매물 공세가 누그러질 수 있다. 결국 이번 주 엔·달러 환율이 110엔 이하에서 머문다면 낙폭이 커진 주가가 자율반등의 영역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된다.
/김세중 동원증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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