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우리가 어릴 땐 봄소풍을 꼭 5월 8일 어버이날(그때는 어머니의 날)에 맞추어 갔다. 초등학교 소풍날이 동네 소풍날이었다. 교장선생님도 이 말씀을 잊지 않았다. 오늘은 어머니의 날이다. 소풍 가서 어머니에게 무얼 사달라고 조르면 안된다.엊그제 어버이날 나는 어느 초등학생 학부모가 참 부러웠다. 전날 선생님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어버이날 엄마 아빠께 드릴 선물로 쿠폰을 발행하게 한 것이다. 쿠폰의 종류는 이렇다. 노래불러드리기, 안마해드리기, 심부름해드리기, 청소도와드리기 쿠폰을 각각 몇 장씩 발행하는 것이다.
엄마 아빠가 그 쿠폰만 내밀면 거기에 적힌 대로 말을 듣는다. 일종의 '효도 쿠폰'인 셈이데 그 얘기를 듣고 중3짜리 아이에게 "너도 쿠폰 좀 발행해라" 했더니, 자기가 노력봉사 쿠폰을 발행하면 엄마 아빠도 용돈 쿠폰 좀 발행하느냐고 되묻는다. 흥정이 한창 진행되던 중 아내가 비틀었다. "아이구, 그만 둬. 이건 옆구리 찔러 절 받기야. 시키는 것이 더 힘들어." 그래도 쿠폰 얘기로 아침이 즐거웠고 저녁이 즐거웠다.
이순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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