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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자의 책 이야기/있을땐 쉽게 잊는 가족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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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자의 책 이야기/있을땐 쉽게 잊는 가족의 소중함

입력
2004.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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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주제로 한 신간이 책상 위에 수북이 쌓였다. 5월은 여름 휴가철, 크리스마스, 연말·연시처럼 '때' 맞춰 만든 책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대표적인 기획출판 시즌의 하나다. '공급 과잉'이란 생각도 들지만, 다른 신간보다 이런 책에 먼저 눈길 가는 건 사실이다.올해는 어머니를 주제로 한 책이 유난히 많다. 한국일보 출판팀이 '책과 세상' 1면 서평 도서로 고른 '릴리스 콤플렉스'를 비롯해 '엄마는 힘이 세다' '어머니 발등에 입을 맞추고' '어머니 그 이름 안에는 바다가 있다' '아들에게 엄마가 필요한 100가지 이유' 등이다. 가족애를 다룬 책으로는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 2' '아름다운 자연 가족'이 눈에 띈다.

'부모님을 용서하는 방법에 대한 발칙한 보고서'라는 그야말로 발칙한 제목으로 시선을 끄는 책도 있다. 한동안 인터넷에서 유행한 '초딩 엽기 답안' 중 "부모님은 우리를 왜 사랑하실까요?"하고 묻자 "그러게 말입니다"라고 답한 것도 있으니, 권위와 상식을 뒤집는 이런 제목이 오히려 요즘 세태를 잘 반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족과 가정을 주제로 한 책 가운데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는 책이 한 권 있다. 1999년이 다 지날 무렵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서 낸 '눈물의 편지'(사진)다. 납골당을 찾은 유가족이 고인에게 쓴 편지 약 200통을 모은 이 책은 처음 비매품으로 나왔다가 이듬해 2월 넥서스에서 판매용으로 재출간됐다.

먼저 간 부인을 그리는 남편은 편지에 '당신이 내 마음 속에 있는 한 난 늘, 언제나 소년이라오. 당신의 향기가 그리울 때 또 오겠소'라고 썼다. 자식을 찾아온 부모가 '이 여름이 또 가고 가을 오고 또 계절이 가면 너를 만날 날이 가까워질 것을 기뻐하며'라고 쓴 대목을 읽을 땐, 순간 가슴이 미어진다. 말 안 듣는 자식 때문에 애끓고 부부싸움으로 바람잘 날 없는 불화하는 모든 가정에,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웅변하는 이 책 한 권을 권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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