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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5단체, 정부 비판

입력
2004.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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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경제부총리의 '개발연대식 기업가 정신 부활' 천명으로 밀월 관계를 보여왔던, 정·재계 관계가 총선 이후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 부회장단이 7일 긴급 회동을 갖고,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 이는 열린우리당과 정부 내 개혁진영을 중심으로 정부 정책이 '친(親) 기업'에서 '친 노동, 재벌 개혁'으로 조금씩 선회하고 있는 데 따른 위기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갈등은 열린우리당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당정협의에서 대기업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에 합의하고, 공정위가 입법예고에 나서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정은 출자총액제한제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한편, 금융계열사 의결권 행사한도를 기존 30%에서 15%로 축소, 더 강화하기로 했다. 또 공정위의 계좌추적권도 재도입하기로 했다. 재계는 믿었던 열린우리당의 실용노선에 발등을 찍혔다는 반응이다.

금융기관 의결권과 출자규제 문제는 대기업들로서는 경영권이 걸린 생존의 문제.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어서면서, 계열 금융기관의 의결권 행사마저 축소되면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출자총액한도를 넘은 계열사 지분에 대해 의결권이 박탈당하는 것도 경영권 위협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출자규제는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군단을 거느리는 현행 소유구조에 결정적 장애물이다.

삼성이 금융기관 의결권 축소를 막기위해 청와대와 공정위에 "삼성전자가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잇달아 하소연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재계 단체들이 "출자규제 때문에 생산적 투자를 못하고 있고, 투자 재원이 모조리 자사주 매입 등 경영권 방어비용에 들어가고 있다"고 다소 과장 섞인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욱이 재계는 대우종합기계 매각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가 노조의 경영참여를 어느 정도 허용하려는 신호탄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가 개입, 대우종기 노조에 인수 기회를 주도록 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 이는 노조측 사외이사 선임, 노조의 이사회 참여 등 올 임금 및 단체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노동계의 경영참여 요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민간으로 파급되면 기업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강도 높은 비판의 한 배경이다.

향후 정·재계 관계의 변수는 재정경제부의 태도와 정책 주도권을 쥐게 된 열린우리당이 개혁·친노 정책을 펼 것인지 여부. 이와 관련 재경부 관계자는 "기업환경 개선, 투자활성화라는 기존 방향에 수정이 없고, 열린우리당도 이에 동의하는 만큼 재계와 공정위 갈등은 기싸움에 그치다 말 것"이라며 "공정위와의 부처협의 과정에서 출자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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