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과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가 설전을 벌였다. 미 헤리티지 재단의 데릴 플렁크 아시아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7일 민노당을 방문, 노회찬 사무총장과 1시간 동안 가시 돋친 말을 주고 받았다.노 총장은 대뜸 "헤리티지 재단이 노무현 당선자의 국정 운영 마스터 플랜 마련에 개입한 것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정부의 실정 뒤에 미국이 있지 않느냐는 투였다. 이에 플렁크 연구원은 "대통령직인수위의 핵심 관계자가 접촉해와 만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노 총장은 뉴욕타임스의 총선 결과 분석 보도를 언급하며 "한국은 좀 더 왼쪽으로 가야 한다, 그 동안 너무 오른쪽으로만 갔다"면서 "미국이 한반도에서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아예 직격탄을 퍼부었다.
플렁크 연구원은 "총선결과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민노당에 대해) 축하한다"고 받아넘겼다. 그는 이어 "미군이 한반도에서 이유없이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는 게 아니며, 어느 나라의 외교관계에서든 국익이 우선된다"며 "미국은 타국을 식민지화하는 정책은 쓰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플렁크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에 대한 민노당의 입장은 뭐냐"고 역공을 가하기도 했다. 노 총장은 "투자는 환영하지만 투기 자본에 대한 경계는 늦추지 않는다"면서 "개원과 동시에 경제자유구역법안을 폐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렁크 연구원은 분위기를 무마하려는 듯 "미국 의회는 은퇴하거나 사임하기 전에는 새 얼굴을 보기 힘든데 한국에서는 초선이 70%"라며 "한국 국회가 더 건강한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러나 노 총장은 "정치권의 70%가 물갈이 된 것만큼 한미관계도 70%가 바뀌기 바란다"며 싫은 소리를 계속했다.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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