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코리아(Sell Korea)'가 얼마나 지속될까.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8일째 순매도 공세를 이어가자,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발언이 나오기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7일까지, 외국인들은 무려 2조5,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외국인 매도세는 물론 한국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주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식형 펀드에서 1998년 집계 이후 최대 규모인 16억 달러가 순유출됐고, 이번주에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4억3,000만 달러가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日전문가 "세계 경제변화 따른 매도"
다이와증권의 7일자 보고서는 시장의 우려를 더욱 부채질했다. 다이와증권의 이오키베 지로 전략가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한국에 대한 과거 1년과 같은 외국인 매수세는 종료됐다"며 "국내투자자가 주가를 지탱하는 힘이 약한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로 전환하면 한국 주식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 추천'에서 '이익실현 매도'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오키베 전략가는 그동안 외국인들이 세계적 저금리 기조 세계경제 회복 미국 달러 약세 때문에 한국 증시에 관심을 가져 왔으나, 이중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긴축에 따른 세계경제 회복 속도 둔화가 예상되면서 매도세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의 집중 매도는 '중국 쇼크'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전문가 "셀 코리아는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외국인들의 집중 매도와 주가 하락이 본격적인 '셀 코리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한국은행은 7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주가가 단기간에 크게 내렸지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도 외국인들의 공격적 매도세는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동원증권의 김세중 연구원은 "최근의 외국인 매도세는 저금리 기조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기업의 펀더멘털보다는 신흥 시장의 상대적 이익을 노리고 들어왔던 투기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펀더멘털에 비해 주식시장이 고평가됐다는 판단 아래 외국인 자금이 둑 터진 듯 빠져나갔던 과거와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김학균 연구원도 "외국인들의 본격적인 한국 주식 매수가 시작된 지난해 5월28일부터 최근까지 지수대별 순매수 규모를 계산해 보면, 외국인의 손익분기점 지수대는 791로 추정된다"면서 "현재 지수대와 큰 차이가 없으므로 외국인의 매도세는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달러화 강세, 고유가, 중국의 긴축 정책 등 수많은 '악재'가 널려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에 외국인 매수세가 재개될 가능성도 적은 것이 사실이다. SK증권의 현정환 연구원은 "연중 고점은 이미 돌파했다고 본다"면서 "금리 인상과 고유가 등 당면한 악재들이 해소되기 전에는 외국인 매수가 들어오기 어려우며, 의미 있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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