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의 밤폴 오스터 지음·황보석 옮김
열린책들 발행·9,500원
미국 작가 폴 오스터(57)의 2003년작 장편소설 '신탁의 밤'이 출간됐다. 폴 오스터가 좋아하는 소재 중 하나인 글쓰기와 작가에 대한 내용이라는 것, 세 가지 이야기를 겹쳐놓은 독특한 구성, 내용에 정보를 더하기 위해 긴 각주를 자주 사용했다는 것 등이 새 소설의 돋보이는 부분이다. 침착한 문장으로 매우 정교하게 짠 구조물은 폴 오스터답다. 중병에서 회복한 작가 시드니 오어가 하나의 이야기를 쓴다. 자신처럼 죽음의 위기를 경험한 작가 닉 보언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소설이다. 소설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닉이 읽는 책 '신탁의 밤'이다. 소설은 상상과 현실이 계속해서 교차하고, 시드니 오어가 써나가는 소설은 기이하게도 앞으로 펼쳐지는 자신의 미래와 일치한다.
"우리는 현재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내면에는 어느 순간에나 미래가 있네"라고 주인공 오어에게 건네는 선배 작가 존 트로즈의 말은 소설의 주제다. 오스터는 현재와 미래라는 시간의 본질을 성찰하면서, 스스로의 내면을 다스림으로써 미래에 대한 불안 대신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암시한다. 그는 미래를 알리는 '신탁'이나 '예언'이란 인간의 마음이 향하는 쪽을 말하는 것이라고 비밀스럽게 전해준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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