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아들이 요절한 뒤 고부 갈등을 견디다 못해 셋째 딸 내외와 함께 살던 A(82·여)씨는 최근 딸 내외의 폭언과 구타를 견디다 못해 노인학대 상담센터를 찾았다.4년 전 부양을 조건으로 고향 땅을 모두 팔아 딸 내외에게 집을 사줬지만 딸 내외는 이후 A씨에게 '나가 죽어라' '노인네가 집에 있으니 재수가 없다'는 등 폭언을 퍼붓고 구타까지 했다. 얼마 전에는 새벽에 맨몸으로 쫓겨나 친구 집을 전전하기도 했다는 A씨는 "이제라도 혼자 살 수 있게 내 재산을 찾아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노인학대 상담센터(1588-9222)가 939건의 노인학대 사례를 분석해 7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전체 가해자 1,815명 가운데 아들이 745명(41%)으로 비중이 가장 컸다. 이어 며느리 527명(29%), 딸 158명(9%), 배우자 145명(8%), 사위 32명(2%) 등의 순이었다. 유형별 노인학대는 폭언, 냉대 등 '정서적 학대'가 44%로 가장 많았다.
장기간 밥을 주지 않는 '방임형 학대'는 27.8%, 구타 등 '신체적 학대'는 11.8%로 나타났으며, 상담사례의 대부분이 이 중 두 가지 유형 이상의 학대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였다.
서울ㆍ경기남부센터 유선애 지부장은 “대부분 상담사례에서 자식들의 ‘부양 스트레스’가 노인 학대의 주원인으로 드러났다”며 “핵가족화에 따라 전통적인 고부갈등 외에 함께 사는 딸이나 배우자로부터 학대를 당했다는 신고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지부장은 또 “노인들이 가족 내부 갈등을 ‘창피하다’는 이유로 알리려 하지 않아 상황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를 조기에 주위 친척이나 친지들에게 알려 제3자의 중재 등 조력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