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사이버범죄 대부분을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사법경찰권 확대를 추진하자 경찰과 시민단체가 인권침해 우려를 제기하며 강력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경찰은 정통부에 사법경찰권 확대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 부처간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정통부는 지난 3월 사이버 명예훼손, 해킹, 바이러스 유포, 음란물 유포, 스팸메일 등에 대해 정통부가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한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을 개정해 줄 것을 법무부에 요청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이 법률이 개정되면 정통부는 사이버범죄의 80∼90%를 수사기관에 별도로 고발조치하지 않고도 단독으로 강제수사를 할 수 있게 된다. 정통부 관계자는 "급증하는 사이버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정통부 직원들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정통부는 현재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등 제한된 분야에서 사법경찰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통부의 계획은 부처간 업무 분장을 넘어선 월권이며, 통신비밀 개인정보 등 인권보호에도 부정적"이라며 "정통부 스스로 철회할 것을 강력 요구하는 등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행정기관에 사법경찰권을 광범위하게 부여하는 것은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정보기술(IT) 분야의 범죄와 일반 범죄를 구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통부가 사법경찰권을 확대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민간인인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과 정보통신윤리위 연구원 등을 실제 수사 업무에 참여토록 하는 정통부의 계획은 심각한 인권침해 우려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이미 지난달 13일 법무부에 반대 의견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도 '경찰국가로의 후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김영홍 정보인권국장은 "정통부의 논리에 따르면 현대 국가는 수많은 경찰조직을 낳아야 한다"며 "정통부는 IT개발 등 전문적 영역을 담당하면서 사법분야에서는 조력자의 역할만 충실히 수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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