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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국의 선택/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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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국의 선택/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지음

입력
2004.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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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선택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지음

김명섭 옮김

황금가지 발행·1만5,000원

미군의 이라크 포로학대가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기상학자를 꿈꾸며 대학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입대했다는 21세의 미 여군이 가족들도 믿지 않을 만큼 딴 사람으로 변해 가학성 포르노를 연상시키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매일 등장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결심할 때부터 '잘못'이라고 여겼던 사람들은 지금쯤 속으로 '내 그럴 줄 알았다'며 혀를 차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 대통령이나 고위 관리들이 사건을 해명하는 저변에는 '일부 군인들의 그릇된 행동을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다수의 미국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가 불쾌하기 짝이 없는 사진 몇 장에 분노하는 셈이고, 언론은 이성과는 동떨어진 그런 단세포적인 감정을 가장 자극적인 방식으로 선동하는 꼴이다. 과연 그럴까? 세계는 한순간 도덕성을 잃은 미군 몇 명에 흥분하는 것일까?

'제국의 선택'은 조지 W 부시 정부 등장 이후 강화된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은 다소 보수적으로 여길 만한 책이다. 하지만 미 제국이 어떻게 하면 더 훌륭한 제국이 될 수 있을 것인지 골몰하는 브레진스키도 '투명하고 도덕적인 힘으로 다른 이들의 필요와 열망을 고려'하는 것이 그 과정에서 절대로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은 노엄 촘스키나 하워드 진처럼 미국의 외교 전략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 위해 쓴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대 테러전'을 앞세운 미국의 현 군사·대외정책이 세계평화를 위해 필요 불가결하다고 주장하려는 것도 아니다. 올해 76세로 존스홉킨스대 교수인 저자는 소련과 동구권의 해체, 유럽의 통합, 이슬람 국가의 동요, 테러리즘의 세계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급성장 등 다양한 국제 환경에서 미국이 어떤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그 해법을 제시한다. 최근 나온 어떤 책보다도 미국이 개입하고 있거나 관심을 둔 세계 각 지역의 정세와 거기서 미국의 역할이 폭 넓은 시각으로 또 정밀하게 다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현안인 이슬람 국가의 문제는 '국제적 수준보다는 지역 차원에서, 또 종교보다는 지정학적 프리즘을 통해' 보는 것이 필수다. 해결책은 아랍 대 이스라엘 분쟁해결,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저지와 테러 예방전선에 주요국 정부를 끌어들이는 일이다.

또 중국의 부상에 대응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중 하나는 일본의 군비 증강을 고무하고, 일본의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런 저자의 국제현안에 대한 숱한 분석과 처방은 모두 미국이 현재 직면한 '전략적 도전을 잘 포착하고, 그것에 대항하여 세계를 결집시켜' 빛나는 제국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폴란드에서 태어나 지미 카터 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 의장과 안보담당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지낸 브레진스키의 현실 감각과 노련함이 묻어나는 이 책은 올해 3월 미국서 출간된 뒤 적지 않은 찬사를 받았다. 국제정치 전문지 '폴린 폴리시'는 "9·11 이후 미국 외교정책을 다룬 가장 중요한 책 중 한 권"이라고 평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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