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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배타적 민족주의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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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배타적 민족주의 버리자

입력
2004.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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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가 한일 양국 사이에 또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의 극우단체 인사들이 독도 상륙을 시도한 것이다. 일본에서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가 '한류' 바람을 타고 있고, 일본의 포르노까지 대중문화라는 이름 아래 한국에 수입되고 있는 판에 독도 문제가 또 다시 한일 관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독도 문제는 1945년 직후에 해결되었어야 했던 문제였다. 그러나 해방직후의 미군정도, 51년 일본의 전쟁 책임을 규정한 샌프란시스코 강화회담에서도, 그리고 65년 한일협정에서도 독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5·16 쿠데타 직후 군사정부 내에서 독도를 폭파하면 한일 간 마찰이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고, 83년에는 일본으로부터 차관을 얻기 위하여 '독도는 우리 땅'이란 노래가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 독도 문제는 해결되었어야 할 때 해결되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끊임없이 한일 간 갈등을 일으키는 단초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우익 세력은 19세기 말 아시아에서 벗어나 서양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는 탈아론(脫亞論)으로 출발했다. 20세기 전반기를 통해 서양의 일원이 되었다고 판단한 이들은 대동아공영권의 논리를 앞세워 서양을 대신해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이들은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면서 또다시 일본 패권주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분명 우리는 이들의 주장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주장과 행동은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생각과 대응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 과연 우리의 대응이 21세기의 새로운 동북아 관계를 정립하기에 적절한 것일까.

1년 전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을 연이어 방문했다. 당시 국내 언론들은 노 대통령의 방미를 둘러싸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반면 노 대통령의 방일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여기에는 일본의 유사법제 제정 문제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노 대통령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 비판의 주된 이유였다. 심지어 '등신외교'라는 비이성적인 발언까지 나왔다.

왜 우리는 일본과 관련된 문제 혹은 역사적인 문제가 제기되면 정치노선이나 이념에 관계없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일까. 이는 고구려사와 관련된 중국과의 갈등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과연 우리는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고 있는 것일까. 일본과 중국의 배타적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우리 역시 같은 유형의 민족주의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국 학위를 선호하고 미국식 문화를 거침없이 받아들이며 자국에서 일하는 동남아 노동자들을 멸시하는 한국인들, 동남아를 여행하는 일부 '어글리 코리안'들의 모습에는 배타적 민족주의가 녹아 있지 않나 염려된다. 그리고 이러한 민족주의에는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없다. 정치적 신념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대일문제, 역사문제에서만큼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외국인 학생들도 한국을 공부하면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모습 중 하나라고 말한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중도니 개혁이니 하는 용어를 이용하면서 상생의 정치를 주장한다.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건설적인 경쟁을 해야 하는 정치권이 상생이라는 주장 속에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있다. 오히려 상생을 해야 하는 것은 동북아 지역의 국가들이다. 무한경쟁 시대에 동북아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생의 국제관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여기에서 배타적 민족주의는 결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 2001년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일본의 역사교과서를 비판하기 전에 우리의 역사교과서를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던 일부 학자들의 주장이 소중한 시점이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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