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장들김연수 지음
마음산책 발행·9,000원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흘러서 바다로 가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君不見 黃河之水天上來 奔流到海不復回)'
대관령 동쪽을 자전거로 여행하다 '황영조 마을'을 들렀다. 텐트를 치고 잠을 자다 파도 소리에 일어났다. 파도를 보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못한 것일까.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라는 당 시인 이백의 노래 '장진주(將進酒)'는 1,200여 년 뒤 한 젊은이에게 '결국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사실을 일깨웠다.
소설가 김연수(34·사진)씨는 이렇듯 옛 사람들의 문장에 삶을 빚졌다.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은 그 문장들과 그로 인해 빛나게 된 인생의 단편을 모은 것이다. 두보의 시 '곡강 이수(曲江 二首)' 중 '한 조각 꽃이 져도 봄빛이 깎이거니(一片花飛減却春)'라는 문구를 보고, 시간이 빨리 흐르기만 바랐던 20대가 그렇듯 한 조각 두 조각 꽃잎을 떨구고 갔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익의 '성호사설(星湖僿說)'의 시 한 수 중 '알지 못해라 쇠줄을 끌러줄 사람 누구인가(不知誰是解條人)'에서 인생을 묶고 있는 '쇠줄을 끌러줄 사람'을 찾아 헤맸던 등단 무렵의 답답함과 힘겨움을 떠올렸다. '주인이 집을 물가에 지은 뜻은/ 물고기도 나와서 거문고를 들으람이라(主人亭館多臨水 應使寒漁出廳琴)' 조선 정조 때 유득공의 시 '부용산중에서 옛 생각에 잠겨(芙蓉山中話舊述懷)'의 마지막 구절이다.
김씨가 문학을 하겠다는 결심을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쓸쓸한 물고기 같았던 그에게 거문고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자신 안에 있는 재능을 살려보라고 권유한 선배 문인으로 인해 그는 문학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작가가 되었다. 작가의 말처럼 "삶을 설명하는 데는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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