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이 준 용돈을 잃어버린 것을 자책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할머니의 지갑이 독극물을 마신 지 불과 몇 시간 뒤 할머니 품으로 되돌아온 것으로 드러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본보 7일자 A10면)
7일 전남 곡성군 오곡면 명산리 이장 오모씨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지갑을 잃어버린 것을 아쉬워하며 독극물을 마시고 숨진 김모(62·여)씨의 지갑을 같은 마을에 사는 다른 할머니가 길에서 주웠다는 것. 그러나 이 할머니는 아흔살이 넘는 고령에 판단력이 떨어진 데다 신분증의 이름을 읽을 수도 없었던 탓에 주인을 찾아줄 엄두를 내지 못해 지갑을 보관하다가 같은 날 오후 6시께 또다른 할머니에게 보여줬다.
지갑 안의 신분증을 본 할머니는 그제야 숨진 김씨의 지갑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주인에게 돌려주려 했지만 이미 김씨는 독극물을 마신 뒤였다.
지갑 안에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지난 3일 김씨의 사위(38)가 건네준 10만원과 용돈을 받아 차곡차곡 모아둔 23만원이 들어있었다. 남편 양모(63·농업)씨는 "아내가 5일 오전 산에서 직접 딴 취나물을 팔기 위해 장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지갑을 잃어버린 뒤 몹시 상심했다"며 "아이들한테 다시 달라고 할테니 잊어버리라고 했는데 이런 불행이 어디 있느냐"며 흐느꼈다.
/곡성=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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