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총체적 위기 상황을 맞았다. 이라크 포로 학대 장면을 담은 사진 공개 1주일 만인 6일 부시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식 사과의 뜻을 밝힌 데 이어 7일 주무장관인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이라크 수감자들에게 사과, 파문 진화에 나섰으나 럼스펠드 퇴진론으로 대변되는 부시 정부 책임론의 수위는 전혀 낮아지지 않고 있다.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에 대한 재신임 발언에도 불구하고 '럼스펠드 인책론'은 더욱 기세를 타고 있어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미 정부 내 위기감 고조
부시 대통령이 전날의 아랍권 방송 인터뷰에서 꺼내지 않았던 사과 표현을 하게 된 것은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 포로 학대 파문이 이라크 점령의 결과와 그의 재선 선거운동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을 반영한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랍권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은 데 당황한 정부 고위 측근들이 밤 사이 압둘라 국왕과의 회견 자리를 빌어 사과의 뜻을 표명하도록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아랍권 방송회견때보다 강도 높은 비난 표현을 사용,"이런 행위들은 질색할 만한 일이고 속이 메슥거렸다"며 "이는 우리의 명예와 평판에 흠집을 남기는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세지는 럼스펠드 사임 압박
부시 대통령이 "럼스펠드 장관은 내각의 중요한 일부"라고 방어막을 쳤으나, 들끓는 럼스펠드 문책론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그에 대한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는 등 총공세를 폈고 방송과 신문들은 럼스펠드 장관의 향후 거취 문제를 집중 부각했다.
톰 하킨(민주) 상원의원은 "럼스펠드가 미국을 위해, 미국 군대의 안전을 위해, 전세계에서 우리의 이미지를 위해 사임해야 한다"며 "그가 사임하지 않을 경우 부시 대통령이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존 케리 상원의원도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내 명령 체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마지막으로 아는 사람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보고 체계상의 문제를 비판했다.
언론들도 가세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6일 럼스펠드 장관 책임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한 데 이어 뉴욕 타임스는 7일자 사설에서 "1년 전 그는 출중한 전술가로 비쳤으나 이제는 과거지사가 됐다"며 "지금이 바로 그가 물러나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부시 대통령의 선택은?
럼스펠드 장관 인책은 이라크 정책의 전반적인 실수를 인정하게 된다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다. 폭스뉴스에 출연한 한 토론자는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책이 있었지만 럼스펠드를 문책하는 것은 이라크의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도가 계속 하락, 재선을 위협할 수준에 이르면 럼스펠드의 자진 사퇴 또는 해임 카드로 반전을 시도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은 비판자들을 달래기 위해 럼스펠드를 살짝 때린 것이지만 앞으로 더 치명적인 정보가 공개될 경우 그를 해임할 선택을 남겨둔 것” 이라고 분석했다.
럼스펠드 장관의 거취는 7일 오전 상원 군사위 공개 청문회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럼스펠드 장관이 청문회에서 포로 학대사건과 이라크 정책에 대해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할 경우 사임론에 불을 붙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현시점에서 럼스펠드에 관해 일치되는 것이 있다면 그의 운명이 상원 군사위 소속 공화당 의원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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