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갯살림도감도토리 기획·이원우 등 그림
보리 발행·2만5,000원
사진과 세밀화의 차이는? 사진은 순간동작을 재빨리 포착할 수 있지만 구석구석을 제대로 담으려면 여러 장이 필요하다. 조명과 초점이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밀화는 단 한 장으로도 생명체의 살아있는 느낌을 충실하게 전달한다.
국내 최초로 '세밀화 도감' 시대를 연 도서출판 보리가 바닷가 생물들을 담은 '도토리 갯살림도감'을 내놓았다. 그 동안 그림책으로 출간한 '어린이 갯살림' 시리즈를 바탕으로 새롭게 보완한 것이다. 우리 나라 동해, 서해, 남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식물 180여 종의 세밀화 220점이 실려있다.
게와 새우, 조개, 고둥과 문어 등 다섯 갈래로 나누어 구성한 이 도감의 특징은 무엇보다 현장성을 강조한 것. 기획자와 화가가 강원도 속초, 경남 통영, 전북 부안 새만금 등에 내려가 대상을 관찰하면서 그곳 사람들이 부르는 동식물 용어와 조리 방식 등을 하나하나 기록했다. 그림을 그린 때와 곳도 표시해두었다. 또 해당 동식물마다 분류, 몸길이, 사는 곳, 잡거나 캐는 때, 특징까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민꽃게'에 대한 설명을 보자. "물이 들이치는 갯바위에 통발을 놓으면 곧잘 걸려든다. 집게발이 억세고 튼튼해 만질 때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서해 갯마을에서는 '박하지'나 '방카지'라고 부르고, 등딱지가 누르스름한 게 잘 덤벼들어 성질 사나운 사람을 보고 '노랑 방카지 같다'고 한다. 게장을 많이 담가 먹는다."
이렇게 쉽고 친근한 용어로 이뤄진 설명을 읽는 것도 재미있지만 역시 이 도감은 바닷가에 직접 들고 나갔을 때 그 위력을 발휘할 것 같다. 우선 책 앞부분에 '그림으로 찾아보기'를 두어 대략적인 형태만 알면 곧바로 해당 페이지를 찾을 수 있도록 돼 있다.
뒷부분에는 이름 목록도 붙였다. 한 손에 들고 다닐 수 있게 책을 작게 만들었고, 물이 묻어도 잘 젖지도 찢어지지도 않는다. 책 표지에는 19㎝짜리 자도 그려넣어 생물의 크기를 재어볼 수 있게 했다.
보리의 도감 시리즈는 1997년 식물도감을 시작으로 나무, 곤충, 잡초, 약초, 짐승 편 등 8권이 나왔고, 현재까지 모두 20만권 가까이 판매돼 어린이 도감류로는 보기 드문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앞으로 산살림, 들살림, 냇가살림이 차례로 나올 예정이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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