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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당신의 차와 이혼하라/케이티 앨버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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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당신의 차와 이혼하라/케이티 앨버드 지음

입력
2004.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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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차와 이혼하라케이티 앨버드 지음·박웅희 옮김

돌베개 발행·1만3,000원

전 세계에서 매년 5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살인마, 환경을 오염시켜 40억 명 이상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 그뿐인가. 각종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돈 먹는 하마'이며, 온갖 스트레스와 짜증을 유발하는 존재. 이쯤 되면 아무리 죽고 못사는 남녀 사이라 하더라도 진작에 파탄이 났어야 했다. 그런데도 '없으면 불편하다'는 이유로 옆에 두고, 심지어는 목욕탕 앞에까지 동반하고 있다면 이는 사랑을 넘어서 중독 단계에 이르렀다고 할 만하다.

'당신의 차와 이혼하라'(원제 'Divorce your car')는 우리가 100년 넘게 함께 살아온 자동차와의 관계를 과감하게 끝장내고 새 출발을 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이 책은 이 시점에서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담은 '이혼 사유서'인 동시에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카운슬러이기도 하다. 저자 케이티 앨버드는 자동차 왕국인 미국에서 1992년에 차와 헤어지고 교통개혁운동을 벌이는 여성운동가.

그는 자동차가 태어난 후 어떻게 성장하고 인간과 열애에 빠졌는지, 그 과정에서 누가 결혼을 부추겼는지를 밝히고, 그 동안 자동차가 얼마나 인간과 지구를 학대해왔는지를 낱낱이 고발한다.

1885년 독일에서 내연기관의 개발로 탄생한 '말 없는 탈 것'은 발명왕 에디슨의 말대로 '다음 번 기적'이 된다. 이 과정에서 언론, 정부, 자동차 업계는 인간과 자동차 커플을 만들기 위해 온갖 미사여구의 헌사를 바쳤다. '말똥 냄새를 없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것부터 '자동차 여행이 간에 좋고, 결핵을 치유한다'는 엉뚱한 선전문구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1차 세계대전 직후 자동차 업계는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이 됐고 고용 효과와 세금, 로비력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자전거, 전차 등 경쟁자를 멀찌감치 따돌린 자동차는 머지않아 본색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자동차 사고 사망자 3,000만 명은 어떤 질병, 전쟁의 희생자보다 많고, 대기오염으로 인한 암 사망자까지 합치면 죽음의 사자가 따로 없다. 여기에 유조선 기름유출사고에 따른 해양 오염, 석유를 쟁탈하기 위한 국제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이 중 하나만으로도 소송감이 아닌가.

저자는 차와 이혼하는 방법으로 자동차를 아예 처분하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등을 활용하는 카 프리(car-free)와 차를 소유하지만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카 라이트(car-lite)를 제안한다. 또한 정부는 자동차 이혼을 지원하기 위해 도로와 주차장의 신규 건설을 동결하고, 도로 폭을 좁히며, 보행자 친화적인 인프라를 확충하라고 요구한다. 나아가 도시를 자동차 지역과 비자동차 지역으로 나누고, 자전거와 대중교통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라는 조언도 한다. 차 없는 불편보다 차가 있을 때의 불편이 더 크게 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말 자동차가 1,460만 대를 넘어섰고, 교통혼잡 비용이 연 10조원에 이르며 매년 3만 명이 자동차 사고로 죽어가는 우리의 현실은 그 어디보다 차와의 이혼이 시급하다. 차와 같이 살지 않을 때 약간의 불편만 감수한다면 삶의 질이 좋아진다는데,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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