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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장성급회담 개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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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장성급회담 개최 합의

입력
2004.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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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7일 장성급회담 개최에 전격 합의함으로써 경제지원에 치우쳤던 정부의 대북정책이 군사적 긴장완화 분야로 확대될 수 있는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됐다.남북은 철도·도로 연결 과정에서 군사적 지원방안을 논의하는 영관급 군사실무채널은 지속적으로 가동해오고 있으나 군 최고위급 협상 채널은 2000년 9월 제주 남북 국방장관회담 이후 사실상 끊어진 상태여서 장성급회담 개최는 의미가 크다.

회담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 달 안에 열릴 것으로 관측되며, 남측 수석대표는 국방부 내 대북사업을 총괄하는 김국헌(육군 소장) 정책기획관이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 장소는 우리측 제의대로 판문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남북 최고위급 장성들은 우선 서해상의 긴장완화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하게 될 전망이다.

1999년 연평해전과 2002년 서해교전 등 5∼6월 꽃게철에 두 차례나 서해 북방한계선(NLL)상에서 무력충돌을 빚었던 양측은 군사적 긴장고조에 따른 우발적 충돌을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우리측은 이미 지난 2월 남북군사실무회담 남측 수석대표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통해 판문점에서 장성급 회담을 가질 것을 제의하면서 꽃게잡이철에 우려되는 군사긴장의 완화 방안을 논의하자고 밝힌 바 있다.

장성급회담에서 이 쟁점이 다뤄진다면 남북 군사당국 간 연락채널 구축과 남북 당국의 추적을 피해 NLL을 오가며 불법 어로활동을 벌이고 있는 중국 등 제3국 어선에 대한 대응방안이 세부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군사전문가들은 회담이 정례화하고 단계적으로 성과가 가시화되면 양측이 본격적으로 북한 핵 문제 해결과 전력 재배치, 상호 병력감축 등 남북 긴장완화를 위한 본질적 의제에 접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기획관은 "양측 군사 당국자들이 모여 경제협력에 비해 진전이 더딘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를 논의할 수 있게 된 점에 의미가 있다"며 "장성급회담 정례화와 국방장관회담 개최 등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널뛴 北태도 속내는…

사실상 결렬됐던 제14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북한 군부의 막판 태도변화로 급반전을 이뤘다. 경제 사회 문화교류협력에 이어 군사분야 논의까지 시작됨으로써 남북관계의 틀도 어느 정도 균형을 잡게 됐다.

용천참사 지원을 계기로 조성된 화해무드에도 불구하고 북측은 회담 내내 경직된 자세로 일관했다. 한미 군사합동훈련 중단, 미군의 이지스함 동해 배치 철회 등 남측이 수용하기 힘든 사안을 주요 의제로 제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북측의 태도는 '체제단속용'으로 보인다. 권호웅 북측 단장도 종결회의에서 "남측이 우리 체제문제에 관한 것은 각별히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지원 수용으로 북한 개혁개방에 대한 외부의 기대감이 높아지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군사문제를 제기하며 내부를 단속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북측은 회담을 끝내고 떠나려는 남측 대표단에게 장성급회담 선물을 안겨줬다.

지난 2월 13차 회담 때 남북은 군사당국자회담 개최에 합의했지만 북측은 "군부에 건의하겠다"며 발뺌을 한 뒤 우리측의 개최 요구를 무시해 왔었다. 정세현 남측 수석대표는 "남측이 중시하는 장성급회담을 하지 않을 경우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고려했을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교류협력이 군사분야 긴장완화를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사실은 향후 대북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가 "남북관계에 큰 성과가 없더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자 북측은 입장을 누그러뜨렸다. 정 수석대표도 "대충 약속하고 협상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그런 사술 쓰지 않는다"며 단호한 남북관계 원칙론을 제시했다.

한편 북측 회담대표로 처음 등장한 권호웅 북한 내각참사도 화제였다. 정부 관계자는 "예전에 만났을 때 하나의 사안을 놓고 끈질기게 몇 시간씩 같은 이야기만 되풀이하더라"고 전했다.

40대의 나이로 전격 등장, '신세대 북측 회담일꾼'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상부의 지시 때문인지 융통성 없는 자세로 나오는 바람에 회담 진행을 어렵게 했다는 평가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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