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재산세 국고 환수) 지방자치제를 하지 말라는 얘기 아닌가요?" "아니, 세계 어느 나라에서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재산세를 빼앗는답니까? 구청이 그걸 걷어 쓰지 못하면 지자체 간 경쟁이 사라질 게 뻔한데, 그럼 누가 주민을 위해 발벗고 일하겠어요?"요즘 '부자동네' 서울 강남구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 강남구의회의 재산세 세율인하 조례안 통과를 놓고 비난과 압력이 연일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는 다수당이 된 여당이 재산세를 국세로 전환하겠다고 나섰고, 서울 각 구청의 세금을 시가 한꺼번에 걷어 임의로 나눠주는 '극약처방'도 거론된다.
사태가 이쯤 되자 강남 주민들도 "강남에 사는 게 무슨 죄라도 되느냐"며 참았던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압구정동의 정모(32)씨는 "부동산 투기를 한 것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쭉 살아오던 집인데 갑자기 재산세를 5배나 더 내라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하소연 했다.
강남구의 이번 결정은 '부자 동네의 얌체짓'이라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도 마땅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곰곰이 들여다보면 법과 원칙에는 맞지 않다.
강남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것은 반대하기 어려운 명제가 됐다. 그렇다고 해서 법에 따라 조례안을 통과시킨 구의원들을 일방적으로 나무라고 비난하며 압력을 가하는 행태는 편법적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재산세 불공평 과세라는 십수년 된 현안을 그대로 방치해 온 정부의 '모르쇠 행정'과 무책임이 숨겨져 있다. 강남 집값은 원칙에 기초한 법으로 잡는 게 효과적이고 부작용도 덜하다. 아니면 여론을 등에 업은 또 다른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박선영 사회2부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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