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 코끝을 스치는 산들 바람이 싱그러운 계절! 레스토랑의 안락한 소파에 앉아 문득 창 밖을 내다 보면 보이는 것은 봄, 봄, 봄! 빨리 식사를 마치고 정원으로 나가 거닐어 보고 싶어진다. 꽃향기와 풀내음에 흠뻑 취해 버릴 것만 같은 기분…. 아니, 지금 당장 나가 보면 안될까? 바로 앞에 있는 식탁과 의자를 그대로 들고서….
봄 정원에 테이블이 차려졌다. 식탁을 덮은 하얀 테이블보와 의자, 그리고 차양막까지…. 굳이 야외에 나가 돗자리를 깔거나 뜨락 넓은 교외 레스토랑으로 향할 것까지도 없다. 도심 속 틈새에도 정원에 식탁을 마련한 레스토랑, 식당들이 자리 잡고 있다. 나무와 꽃, 풀, 그리고 어깨에 내리쬐는 햇살…. 주변은 콘크리트 빌딩들로 가득 차 있더라도 이 곳 정원에서는 자연이 느껴진다.
북한산 주변을 비롯, 서울 강남권에 정원을 갖춘 레스토랑이나 식당들이 여럿 들어서 있다. 점심이나 저녁 식사로 이탈리아식 스파게티는 어떨까! 혹은 보리밥이나 한정식, 아니면 낙지 구이라도. 간단히 차 한잔을 마시러 정원으로 도심 탈출을 꾀해볼까? 저녁 때는 정원 바비큐도 있다던데….
●헵시바 (02)511-3925 논현동 학동역 인근
정원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스테이크나 스파게티 등 이탈리아 정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 야외에 차려진 고급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가 물씬 난다.
헵시바는 성경 이사야 62절에 나오는 구절로 ‘그녀 안에 나의 기쁨이 있다’는 뜻. 이름처럼 여자들이 특히 좋아하는 장소이다. 예쁘고 아늑한 분위기 때문인지 실제 여자 손님들을 통해 남자들도 찾아 오게 되고, 남자들이 여자들을 위해 선택하는 장소 중 하나이다.
2002년 2층 가정집을 개조,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영국풍 정원이 나타나고 2층으로 구성된 실내 역시 세련되게 꾸며 놓았다. 파티플래너로 활동하는 안주인 이재연씨가 마련하는 파티도 수시로 열린다. TV드라마의 단골 파티 장소로도 활용된다. 유럽 리조트에서 볼 수 있는 반타원형 지붕인 ‘파골라’와 몽골식 텐트지붕이 설치된 테이블도 인기 명소.
힐튼호텔 이탈리아 식당 일폰테 출신의 주방장이 정통 이탈리아식 스파게티와 스테이크 코스요리, 바비큐 메뉴를 자랑스럽게 내놓는다. 잔디 정원에서 맛보는 자스민 장미차 국화차 등 꽃차들도 인기.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 외에 요즘 맛 보기 힘든 ‘다방 커피’도 별미다.
●스위스 (02)394-5003 평창동 올림피아호텔앞
올림피아호텔 건너편 북한산이 올려다 보이는 언덕에 자리잡은 전망 좋은 프렌치 레스토랑. 창 밖으로 북한산의 능선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시내와 가까우면서도 도심을 빠져나온 듯한 분위기 때문에 1995년 오픈 이래 연인들의 인기 데이트 명소.
3층에 조성된 옥상 정원이 무척 이채롭다. 경사도가 있는 언덕에 건물을 짓다 보니 3층 안쪽은 맨땅, 길가 쪽은 옥상인데 맨땅과 옥상을 확 터서 정원으로 꾸며놨다. 나무와 잔디, 꽃들이 무성하고 돌길 옆으로 테이블이 놓여져 있다. 가족들이 야외 결혼식이나 뒤풀이 장소로도 활용된다.
안주인 김스테파니아씨가 직접 정성껏 끓여 만든 소스를 활용한 프렌치 메뉴들이 자랑거리. 요즘에는 백포도주에 돼지고기 스테이크가 특히 잘 나간다. 돼지 등심에 모짜렐라 치즈를 얹어 그릴에 구워내는데 치즈가 녹아나는 것이 군침을 돌게 만든다. 원래 광화문에서 밀라노 피자집을 운영하던 솜씨를 되살려 피자 파스타 등 이탈리아 메뉴와 숯불 바비큐도 준비돼 있다.
지하에 저온 와인 창고를 갖추고 있는데 이 안에는 와인 수백종이 항상 대기중이다. 메뉴판에 없는 것도 주문하면 찾아 갖다 준다. 북한산을 다녀온 등산객도 맥주 한 잔을 걸치려 즐겨 찾는다.
●한스갤러리 좁은문 (02)941-1141 정릉 북악스카이웨이 입구
10여년 전부터 한스갤러리로 유명하던 곳. 2년전 갤러리 건물을 신축해 이름을 ‘좁은문’으로 짓고 재오픈했다. 종전 좁은문이란 간판만 걸어놨는데 “주인이 바뀌었냐’고 묻는 손님이 하도 많아 간판을 ‘한스갤러리- 좁은문’으로 다시 고쳐 달았다.
이름 그대로 갤러리에 들어가는 문과 길이 워낙 좁다. 막상 들어가면 파랑 노랑 등 알록달록 원색의 테이블과 의자 색깔이 꼭 장난감 세계에 와 있는 것 같다. 의자에 앉아 창 밖을 내다 보면 넓은 잔디 밭이 보인다. ‘내부에서 밖에 있는 정원을 바라 보게 하고 그 때서야 정원에 나가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이 건물의 컨셉이다.
손님들이 ‘갤러리가 어디 있냐’고 묻는데 10여 점의 각종 조각품이 세워져 있는 정원 자체도 갤러리의 일부다. 건물 자체도 또한 예술 작품. 지금은 2층 실내 미니갤러리에서 카라구스의 일러스트 작품들을 전시중이다. 커피와 차, 맥주와 와인 등 음료와 간단한 스낵, 케이크만 파는 갤러리 카페에 가깝다.
●게코스가든 (02)790-0540 이태원 해밀톤호텔 뒤
자연 그대로 무성하게 자라난 나무와 풀, 꽃들이 인상적인 정원을 갖춘 레스토랑. 2년 전 가정집을 개조, 오픈했는데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이름높은 명소가 됐다.
자연미를 살린 1층 정원에는 건물 3층까지 올라가는 높은 나무가 자리잡고 있고 2층 옥상 또한 정원으로 꾸며 놓았다. 정원에서는 매일 밤 스페인식 일품 메뉴인 타파스가 제공된다. 안주식으로 해산물이나 생선, 고기 등 여러가지 메뉴를 조금씩 먹는 음식인데 우리식대로 표현하면 간이 뷔페에 가깝다. 메뉴별로 3,500원부터.
특히 매주 주말 밤에는 바비큐 요리를 선보인다. 1, 2층 정원 바로 옆으로 각각 바가 들어서 있는데 밤에 새어 나오는 조명 불빛이 무척 낭만적이다. 이 집에 가면 잊지 말고 맛볼 것은 주방을 책임진 젊은 조리장 이영섭(28)씨가 직접 굽는 빵이다. 마치 집에서 구운 듯 따뜻하게 데워 나오는데 겉은 바삭하지만 안은 부드럽다. 양파가 들어간 포카차나 잡곡빵이 특히 인기.
/글·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
■정원을 갖춘 한식당
정원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맛보는 음식으로 양식만 어울릴까? 정원 테이블을 갖춘 한식당들 또한 인기 만점이다. 특히 역삼동 쪽에 정원 한식당이 모여 있다. 한정식이나 낙지구이, 고기 메뉴들을 풀냄새 맡아 가며 맛볼 수 있는 도심 속 몇 안되는 명소들이다.
●늘보리 (02)567-5454 역삼동
한국은행 뒷편 골목 안쪽에 있는 주택을 개조, 한식당으로 꾸몄다. 정원 크기만 150여평으로 도심 속에 이만한 크기의 정원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 무려 200년 가까이 된 모과나무를 비롯, 감나무 사철나무 소나무 등 아름드리 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앉아 있노라면 향나무와 꽃의 향기가 코 끝을 찌른다. 여름에도 그늘 밑에만 들어가면 시원하다고.
일찌감치 몸에 좋은 웰빙 푸드를 실천해 오고 있는 식당. 전체 음식에 조미료를 조금도 사용하지 않는다. 지리산과 양산에서 담근 재래식 된장에다 자체 저장 창고에서 숙성시킨 김치가 자랑이다. 보리밥 6,000원, 파전 8,000원에 삼합 보쌈 세트 등 메뉴가 다양하다. 주차장 200평에 40여대 수용.
●만만나 (02)568-5155 역삼동
1999년 오픈, 일찌감치 이 지역 정원레스토랑 문화를 이끌고 있는 터줏대감격. 한정식을 내놓는 본관과 일품요리 전문인 별관 2채 사이에 정원이 조성돼 있다. 정원에서는 주로 일품요리를 제공하는데 즉석 숯불고기가 특히 인기다. 종종 가든파티도 열린다.
철쭉꽃과 백일홍이 색깔별로 피어나고 단풍나무와 감나무 향나무 모과나무 등도 보인다. 풀냄새를 맡다 보면 음식 맛도 더해진다. 답답한 방안 보다 자연속에서 정취를 느끼는 기분에 봄이면 정원을 찾는 손님들이 잊지 않고 찾아 온다. 식사를 하지 않더라도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잠깐 쉬었다 가는 장소로도 그만.
●낙지한마당 (02)508-0868 역삼동
지난 해 7월 주택을 개조, 낙지 전문 식당으로 오픈했다.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정원에서부터 테이블이 찬다. 바닥은 자갈로 깔았고 주변에 나무와 꽃들이 심어져 있는 것이 밖에서도 보인다.
쫄깃한 낙지 메뉴가 5,000원부터 다양하다. 낙지즉석볶음과 불낙전골, 낙곱전골 등 점심 메뉴가 5,000원. 산낙지 볶음이나 산낙지 전골 등 차림상은 1만3,000원, 조개탕 1만원. 드럼통 테이블에서는 연탄으로 갈낙삼 구이를 해 먹는다. 갈비와 낙지 삼겹살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3인용이 1만8,000원. 음료는 보성 녹차를 내놓으며 모든 음식 조리에 육각수 물을 사용한다. 음식 포장도 해준다.
/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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