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설득할 수 있겠어요? 자원봉사도 아니고…"대기업에서 일하는 A씨는 낙담한 표정으로 담배를 빼 물었다. 그는 후원하던 민주노동당이 정책보좌관을 채용한다는 소식에 직장을 박차고 나갈 결심을 했다. 그러나 당에서 제시한 급여는 지금 받고 있는 금액의 3분의 1 수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결국 꿈을 접었다.
민노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정책 보좌관 공개채용에 빨간 불이 켜졌다. 모집 마감을 사흘 앞둔 6일 오전까지 지원자 수는 72명. 이대로라면 우수인력을 고르기는커녕 정원 100명도 채울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종철 대변인은 "보좌관들의 임금은 월 120∼150만원 선"이라면서 "문의 전화는 많이 오는데 돈 이야기를 꺼내면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전했다.
그나마 보좌관들이 받을 급여는 민노당의 기존 당직자들에 비하면 '파격적' 대우다. 민노당은 현재 상근 당직자들에게 직위와 근속년수에 관계없이 월 70만원(기본급 60만원, 수당 10만원) 안팎을 지급하고 있다. 국회의원 당선자들도 세비를 당에 고스란히 헌납하고 도시 노동자 월 평균 임금인 180만원만 받기로 한 바 있다.
민노당의 입당 제의를 거절한 한 의원 비서관은 "신념만으로 희생을 요구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정책 정당으로서의 길을 걷겠다면 전문 인력 확보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