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총 권총 단도 석궁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군대무기고인 줄 알았어요."채권자를 사제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6일 구속된 서모(45·경기 부천시 원미구)씨의 단칸방 무기고는 할리우드 갱영화의 장면들을 뺨칠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지난 4일 서씨를 체포한 뒤 집을 수색하러 간 경찰은 단칸방과 다락방 문을 열어본 순간 수북하게 쌓인 소총과 권총, 석궁, 칼, 각종 탄알 등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실탄이 장전돼 있는 총과 날이 시퍼렇게 선 단도 등 흉측한 흉기들이 신문지에 싸여 장롱 틈새와 바닥, 다락방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던 것.
서씨가 집이 비좁다며 옷이라고 속여 형 집 베란다에 갖다 놓은 권총과 실탄까지 합하면 서씨의 무기는 소총 2정과 권총 3정, 단도 등 흉기 93점, 실탄 4,103발 등 모두 5,000여점에 이른다.
부천시 오정구 D정밀에서 금형작업을 해온 서씨는 95년부터 외국잡지와 용산전쟁기념관에서 본 무기형태를 참고해 총기와 도검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실탄은 서울 청계천 등에서 탄피를 구입해 탄두를 깎아 맞춘뒤 화약을 직접 넣어 조립하는 방법으로 제작했고, 총기의 성능 확인을 위해 부천 상동 신도시 개발지역에서 수차례 발사시험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씨는 경찰에서 "평소 총이나 칼 같은 무기가 좋았고 관심도 많았다"며 "누구를 죽이거나 범죄에 이용할 생각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서씨는 금형기계 중간도매업자 김모(40)씨로부터 2,000만원 상당의 금형기계 1대를 할부구입한 뒤 지난 1일 갚기로 한 돈 중 10만원을 깎아달라고 요구했으나 김씨가 욕설을 하며 거부하자 자신의 '무기고'에서 가져온 공기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체격이 왜소한 서씨가 강인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총이나 칼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면서 "서씨가 워낙 꼼꼼하게 무기를 감춰 놓아 부인과 고교생 두딸도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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